창간 26돌 특집 / 시민기자 전망대<12> - 상전벽해 속초, 65년 전과 현재

뉴스홈 > 시민기자

전쟁 중 시내 중심가 일대 마사토 산…미군 고사포 포진 / 속초 출신 김일영 옹, 52년 미군 촬영사진 공개 / 미국 시카고서 당시 같이 생활한 미군 만나 받아

등록날짜 [ 2016년05월23일 09시00분 ]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미군이 촬영한 당시 속초의 사진이 상전벽해를 실감케 한다.
온정리 산에서 시내를 보고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의 교동, 청학동, 금호동, 중앙동 일대가 예전엔 마사토 산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군 고사포 4대가 포진하고 있고 LST(병사·전차 등의 상륙용 주정)와 군함들이 청초호와 속초항, 동명항 포구에 닻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당시 들쥐들이 기승을 부려 미군들이 쥐창을 사러 속초시내에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정도로 그 당시 속초가 열악했다고 한다.
청호동은 백사장만 보일 뿐 집 한 채 없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정어리 기름공장과 적산가옥 형태로 지어진 공장 인부 숙소 한 채가 건물의 전부였다. 지금의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백사장이 시내와 연결돼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제1군단이 부월리 지금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주위에 포진해 있었다. 제1군단은 1950년 6월 경기도 시흥에서 창설해 1951년 6월 6일부터 1952년 12월 12일까지 속초에 주둔하면서 설악산, 향로봉 전투 등에서 양양, 속초, 간성을 사수했다.
이처럼 귀한 사진을 제공한 이는 온정리 토박이로 속초중, 속초고 4회 졸업생인 김일영옹(80)이다. 당시 같이 생활한 미군 대위와 주소를 나눠 갖고 있던 김옹은 철원군청 근무 중 사무관 시험을 준비할 무렵 미국에서 편지가 왔지만 답장을 보내지 못하다가 2011년 막내 동생 김활영이 살고 있는 미국 시카고에 갈 기회가 있어 그 미군과 감격의 상봉을 한 후 이 슬라이드 필름을 받아왔다고 한다.
김옹은 1951년 당시 15세에 논산리에 있던 속초중학교를 다니다가 폭격에 온정리 집이 전소돼 집 앞에 있던 미군부대에 월급 8달러를 받고 들어갔다. 이 돈으로 부친이 송아지도 사 형편이 좀 풀렸다. 바로 이 부대가 1군단 557통신지원중대였다.
김옹에 따르면 당시 고성과 강릉 사이의 동부전선을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 중부와 서부전선과의 유기적인 통신체계 구축을 위해 지금의 한화콘도 지역과 옛 미시령 정상, 인제에 통신부대를 대규모로 배치했다. 인제 관대리에 미군들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속초에 미군 고사포가 설치되기 1년 전인 1951년 557통신지원중대가 고성 문암으로 옮겼는데, 당시 북한 폭격기가 떠 속초해상에 폭격을 가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조도 옆 해상을 목표물 삼아 고사포 사격훈련이 주야로 실시되었다.
김옹의 기억으론 당시 미군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컬러 사진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사진현상은 하와이에서 해왔다고 한다.
김옹은 속초를 수복하기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친 유엔군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비를 세워 속초시민의 날에 초청해 제막하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속초관련 옛 사진을 가져오면 일정부분 보상하는 일을 속초시가 추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시에서 무려 23명이나 되는 젊은이가 한국전쟁 중에 속초에서 전사했다는 기록이 당시 미국 지역신문에 대서특필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김옹은 이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 시와 속초시가 자매결연을 맺어 상호 왕래도 하고 당시 미군들을 초청해 상전벽해의 속초를 관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국 속의 속초’, ‘속초 속의 미국’이란 주제로 관광객 상호방문, 특산물 판매, 청소년 홈스테이로 진화해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23명의 미망인들이 살아있으므로 이들도 초청하면 속초를 지키다 장렬히 전사한 은공을 국제적으로 보상하는 의미 또한 크다고 김옹은 보고 있다.
양구군은 군민의 날에 펀치볼에서 전사하거나 참전한 미군 베테랑들을 초청해 고마움을 함께 나눈다고 김옹은 전했다.
이수영 속초예총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조양동 온정리 산에서 시내 쪽을 보고 미군이 촬영한 사진으로 속초의 수복 후 역사를 재정립할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산 바로 앞에 넓은 청초호고 있고, 건너편에 당시 마사토 산이었던 교동, 청학동, 금호동, 중앙동 일대가 보인다. 그 곳에 미군 고사포 4대(점선)가 포진해 있었으며, 청초호와 속초항, 동명항에 접안된 미 군함들과 청호동 백사장 모습 등이 보인다.

1951년 10월에 촬영한 지금의 선사유적지 뒤 온정리에 위치했던 557통신지원중대 막사 모습.

헬기를 타고 조양동 온정리 뒤에서 2013년 8월 27일 찍은 항공사진이다. 1952년 사진과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가 실감날 정도다.

온정리 토박이, 김일영 옹
철원 갈말읍장으로 공무원 퇴임

1937년 생으로 올해 연세가 팔순이다. 속초 온정리 토박이로 속초중, 속초고 4회 졸업생이다. 1959년 통신병으로 군에 입대해 어린 시절 미군 통신부대 하우스보이 경력을 인정받아 사진촬영과 현상 일을 도맡았다고 한다. 1965년 철원군청 공무원으로 들어가 삼척시청, 화천군청 등 주로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다 철원군청에서 사무관으로 진급해 동송읍장을 거쳐 갈말읍장으로 정년퇴직했다. 현재 철원에 살고 있다. 바로 밑의 동생 김무중씨(77)가 고향 온정리를 지키고 있고, 막내 동생 김활영씨가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다.
미군이 주고 간 장난감 사진기로 당시 속초지역을 촬영한 흑백필름을 소장하고 있고 특히 한국전쟁 당시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의 전투기록이 담긴 미군 지도를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수영 속초예총 사무국장

설악신문 기자 (soraknews@soraknews.co.kr)

좋아요 0

싫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