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동 사람 구경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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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사람 구경하기 힘들어요”

본격적 관광시즌인데… 상가·숙박업소 대부분 문 닫아/2월 이후 단체관광객 유치보상금 지원 한 건도 없어

등록날짜 [ 2020년04월27일 14시24분 ]

“아무리 설악동이 국내 대표 수학여행지의 명성을 잃었다 해도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네요. 본격적인 수학여행 철인데도 설악동 숙박업소를 찾는 관광버스 한 대 없고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마저 뚝 끊겨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어요.”
지난 21일 오후, 예년 이맘때면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들로 북적이던 설악동 C지구 주차장이 이날은 한산했다. 본격적인 관광시즌인데도 주차된 대형 관광버스는 한 대도 없고 캠핑트레일러만이 군데군데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4월 말에 C지구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한 대도 주차돼 있지 않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C지구 주차장 인근의 설악산 진입도로변 숙박업소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10여개 업소 중 이날 문을 연 곳은 단 3~4군 데에 불과했다. 나머지 업소들은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관광시즌인 이맘때면 거의 문 닫는 업소가 없었던 설악119안전센터 인근의 도로변 상가와 숙박업소들도 이날은 태반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상가 8개 중 3개가 문을 닫은 상태였으며, 나머지 영업 중인 상가들도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없어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었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상가 앞에 마련된 휴게 의자에서 휴식을 취할 뿐, 상가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인근의 숙박업소 노상주차장에도 주차된 차량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한 곳만이 영업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업소들은 문이 닫힌 상태였다.
지난 2월 취재 당시 “내부 사정으로 당분간 휴업합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부착했던 숙박업소는 벌써 4월 말인데도 여전히 안내문이 부착된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관광객들이 뜸한 겨울철에 문을 닫으면서 새봄을 기약하는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계절이 벌써 봄의 중턱을 넘어 4월 말이 다 되어도 코로나19 여파로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옆의 ‘집배원 아저씨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던 숙박업소도 여전히 문이 닫힌 상태였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전 예약 대행으로 관광객 증가를 기대했던 B지구 숙박업소와 상가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상인은 “케이블카 사전 예약 대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올봄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속초시가 수학여행단을 비롯해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선 학교와 여행사 등에 지원하는 단체관광객 유치보상금도 올해는 크게 줄어들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는 1월~4월 21일까지 1,070만원(67건) 정도가 지원됐으나 올해는 1월에만 4건(62만원)이 지급됐을 뿐,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부터는 한 건도 없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보통 이맘때면 수학여행단을 유치하는 10여개 숙박업소에 업소당 1~2개 학교는 방문을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일선 학교의 사전 현장답사는 물론 유치학교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맘때면 휴업을 풀고 영업에 나섰던 도로변의 일반 숙박업소들도 올해는 아직도 문을 열지 않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 회장은 이어 “그렇다고 무작정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어 다음 주중에 숙박업소와 상가 주변 일대의 방역작업과 함께 설악동이 코로나 청정지역임을 홍보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