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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등록날짜 [ 2020년05월25일 13시57분 ]
얼마 전부터 이름을 바꾼 이들을 여럿 만난다. 이름을 바꾸는 법과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그간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이제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고 싶은 이들의 욕구가 많았던 거다. 물어보니 ‘새로운 누군가로 불린다는 건 안경이나 옷을 새로 맞추는 일인 만큼 산뜻한 기분’이라고 한다. 익히 불리던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기억해 불러야 하는 이의 ‘일시적인 곤혹’을 제외하곤 당사자가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불리니 당사자가 좋고, 당사자가 좋아하니 부르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겠다.
누군가에게 ‘어떤’ 이로 불리는 시작은 정작 이름이 붙기 전에 시작된다. 그의 외모나 태도가 주는 인상에서 시작해 대화를 통해 그의 성품이나 성격이 전달돼 호감과 친밀도가 형성된다. 그 호감과 친밀도는 결국, 이름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최종 전달되는 셈이다.
술을 빚는 일을 하는 필자에게 새 술의 이름,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이름 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살아남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름이 몇 가지나 되는지, 기억하는 동네 상호가 몇 개인지를 떠올려 보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이름을 지어 기억되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할 수 있다. 기억을 넘어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기억되도록 하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인 셈이다.
새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여러 이름들이 후보에 오른다. 이름에 어울리는 밑그림이나 기하학적인 도안, 색감들도 다각도로 검토된다. 이름을 어떤 꼴로 할지, 크기는 위치는 어디에 놓을지도 여러 후보가 검토된다.
일련의 결과물이 합쳐져 시안이라는 임시 이름을 단 체 다시 한 번 변형과 확대, 삭제와 덧붙임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하는 식의 멘붕에 빠질 때도 종종 있다. 중심을 꽉 붙잡지 않으면 ‘대체 내가 왜 이 제품을 만들려고 했지?’ 놓치기도 하고, 출구를 찾지 못해 종래에는 만사 귀찮아지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산고’(産苦)를 거쳐 최종 결과물이 나와도, 막상 시장에 선보이려면 정작 겁부터 더럭 난다. 이 살벌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이 녀석이 과연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도와는 달리, 놀림이나 비웃음을 사지는 않을까? 제품을 내놓고 반응을 살피는 마음은 초등학교에 처음 아이를 보내 놓고 전전긍긍하는 부모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올 가을 출시를 목표로 새 술을 준비하며 새삼, 오랫동안 사람들 곁에서 이웃으로 함께하는 브랜드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100년 가게 타이틀을 단 이 지역 맛집뿐 아니다. 오랜 세월 함께하고 있는 동네 슈퍼, 철물점, 채소 가게들도 작지만 빛나는 브랜드들이다.
설악신문이 30주년을 맞는다. 설악신문은 속초·고성·양양 지역의 파수꾼으로 30년을 함께 해 왔다. 30년 동안 설악신문이 담아왔을 이야기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재간이 나는 없다. 다만, 그 긴 시간동안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설악신문의 근기와 의지를, 조금이나마 흉내 내고 싶을 뿐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성택
설악프로방스배꽃마을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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