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 일상으로부터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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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0년06월15일 16시04분 ]

요즘 사람들은 생활 속 비대면을 통해 변화된 삶에 적응해 가고 있다.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장기간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개개인의 자발적인 ‘생활 속 거리 두기’ 습관은 필수적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안전은 인권의 가치를 담보해야 한다. 인권 없는 안전은 바이러스만큼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상황에서 인권이 확장되고 있어 평범한 이들의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인권 존중, 그리고 이와 궤를 같이하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요즘에는 ‘고전 번역 바로잡기’도 시도되고 있다. 이는 성차별적이거나 구시대적인 언어를 성평등 관점에서 바꾸는 것이다. ‘노처녀’를 ‘독신녀’로 바꾸거나 ‘숙녀답지 못하다’를 ‘교양 있는 행동이 아니다’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원작의 가치와 평등의 가치를 모두 담으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권 존중,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인권에 관한 지식만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인권 의식,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인권이 침해받을 때 이를 바르게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 침해 상황에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칫 둔감해지고 무뎌질 수 있는 현실에 경각심을 주는 것이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다. 한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과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여성 중장비 기사가 되고 싶은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는 등교 첫날부터 남학생들이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남학생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그 과를 선택했다는 등의 소문마저 들어야만 했다. 해당 과의 교사들은 “지금까지 이 과에 여자가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게 있긴 했지만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과를 옮겼다”고 얘기했다. 그 학생 역시 마음껏 배우고 익힐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과를 옮기게 됐다. 이런 일을 겪었던 당사자는 그때도 지금도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다. ‘왜 기술을 배우고 장비를 만지는 일에 굳이 여자와 남자를 나누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사회문화적 환경 아래에서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성 역할, 그리고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강요받아 왔다.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위축된 삶을 살아왔다. 성차별은 인권 침해, 성폭력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라는 말은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인권이 무시되고 차별이 계속되는 것은 법과 정책, 제도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차별적 상황을 인지하고도 그것을 문제라고 공론화하는 순간부터 겪게 될 불편함 때문에 참거나 피하거나 묵인해온 것이 문제 행위를 계속되게 한다.
인권 존중과 성인지 감수성 실천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떨까’ 생각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각자 다르다. 따라서 다양한 삶에 따른 인식의 차이도 생긴다.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인권 침해를 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을 실천하려면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는 연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남을 위하는 행동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을 위한 행동이다. 법 이전에 일상 속에서 서로 힘들지 않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꿔 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문희
속초성폭력상담소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