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속초시 중앙동 주택개발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시청 뒷산 고지대.
이곳은 옛날부터 ‘싸이렌 동네’로 유명하다. 경보 싸이렌 시설이 있어 민방위 훈련 때마다 ‘왱’하는 경보음이 이곳에서 울려 이렇게 불렀다.
이곳은 속초의 대표적인 ‘달동네 마을’로도 유명하다. 리어카 하나 간신히 올라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낡고 협소한 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속초시가 지난 2007년 자연재해지구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속초우체국에서 마을 언덕까지 도로를 개설하면서 마을 환경은 다소 개선됐지만, 주민들의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아 보였다.
주민들은 오히려 주택재개발사업이 30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면서 마을 환경은 더 나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청 뒤 마을 진입로를 따라 가옥들이 밀집해 있는 언덕 위에 오르자 예쁘게 디자인된 ‘속초 사잇길 3길, 수복길’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안내 표지판 뒤의 마을의 모습은 다른 세상이었다.
30년 가까이 주택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마을이 점차 황폐화 되고 있었다. 마을 언덕 위의 한 집은 비어진 지 오래된 듯 가옥 흔적만 남은 집터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여기서 언덕길을 조금 내려가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사이로 흉가로 변해버린 가옥 2채가 눈에 들어왔다. 가옥 1채는 지붕과 창문 등이 대부분 뜯겨져 나가 있었다.
바로 옆 골목길인 ‘중앙시장로 9길’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골목길 입구의 한 가옥은 비어진 지 오래된 듯 지붕과 마당이 잡풀로 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바로 위 가옥도 각종 공과금 안내장과 우편물 등이 창틀과 창문에 수북이 꽂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떠나 가옥 흔적이 모두 사라진 집터는 인근 주민들의 밭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30년 넘게 지지부진한 주택재개발사업의 피로감과 함께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20년 넘게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몇 십 년째 사업이 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맨날 한다고 했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하니 주민들만 죽어나는 것 같다. 집수리를 못해 장마철인데 지붕에서 비가 샐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주민은 “사업이 어려우면 차라리 소방도로라도 개설돼 겨울에 연탄과 기름 배달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로 옆 중앙시장로 8길의 또 다른 주민은 “사업이 시작된다고 해도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우선 무허가 건물에 대한 보상 지원 등이 없어 답답하다. 이 때문에 현재 마을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에 부정적이다. 30년 넘게 집수리도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보상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재우 중앙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 지 30년이나 돼 주민들의 피로감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의 협력을 얻어 최대한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주기 위해 좀 과하게 용역 정비계획을 책정하고 공사금액 등을 조정하는 방안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시공사·조합원 모두 상생하는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사업부지 내에는 총 379필지에 220여개의 건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 23일 오전 중앙동 시청 뒷산 고지대 주민이 밭터로 변한 가옥 부지를 가리키며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중앙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부지 내 시청 뒷산 고지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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