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te is horse.’ ‘라떼는 말이야.’
이른바 꼰대 문화의 최신 버전쯤 되는 ‘라떼는 말이야’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 세대에게 충고를 빙자한 훈계를 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어느새 기성세대가 된 입장이고 보니, 한편으론 나 역시 부지불식간에 이런 언사를 상대적으로 나이 적은 이들에게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또 한편으론, 기성세대가 몸으로 체득한 소중한 경험이 ‘라떼는 말이야’라는 한마디에 묻혀 경시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지나온 세대가 다가올 세대에게 지난 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세대 전승’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지나온 세대의 경험과 지식이 다가올 세대가 당면한 ‘현재’와, 그들이 살아가야할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가에 달렸다.
과연 지나온 세대의 경험과 지식은 다가올 세대가 당면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며, 미래에도 유용할 것인가? 지나온 세대들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현재를 살고 있을 텐데, 정작 과거에 비해 더 나은 현재를 살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확신이 있는가? ‘라떼는 말이야’에는 청년 세대가 기성 세대에게 갖는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담겨 있다. 어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가 던지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사회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4060세대는 아날로그의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다. 산업화 고성장의 수혜자로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상대적 풍요 속에서 태어나, 정보화시대를 맨 앞자리에서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세우고 이를 누리고 있는 이들인 셈이다. 현재의 전체 인구 분포에서 이들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크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 4060세대는 묘하게도 일본의 50-60년대 태어난 ‘단카이 세대’와 닮아 있다. 전후에 태어나 태평양 전쟁 후의 가난에 대한 기억이나 패전의 열등감은 없고, ‘메이드 인 재팬’ 신화의 주역이었던 이 세대는 전후 일본의 전성기의 주역이었다. 이들이 한창 활동할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유일한 선진국이자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강국이었다.
일본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단카이 세대는 그러나 지난 성공에 집착해 변화하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지금의 일본은 지난 세대가 알던 과거의 일본이 아니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는 1인당 실질 GDP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더 이상 신선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이웃 나라의 성장과 쇠락은 우리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다. 지금의 세대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도 얼마든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 중이고, 다수의 전염병 권위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지구에 사는 인류는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도 미래의 인류가 어떻게 살아갈지 말하지 못한다.
현재가 어려울수록,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지난 영광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라떼는 말이야’는 승리의 경험을 가진 기성 세대가 느끼는 현재의 불안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달래는 자기 방어 기제가 아닐까. 그러니, ‘라떼’와 ‘말이야’는 같은 세대끼리 나누고, 젊은 세대와 다가올 세대에게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건넬 일이다. 지갑도 상대적으로 뚱뚱하지 않은가? ‘라떼는 말이야’는 빼고….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성택
설악프로방스배꽃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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