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制服)’하면 떠오르는 것은 군인, 경찰관, 소방관, 마도로스, 파일럿 등등. 어렸을 때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라고 물으면 어떤 아이라도 위에 열거한 제복을 입는 직업들 중 하나쯤은 이야기하곤 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직업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이처럼 제복을 입는 직업은 공공을 위해서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는 역할과 지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책임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 또한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약관(20세)의 나이에 지방공무원으로 공채되어 4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년퇴직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오던 중 운이 좋았던 탓인지 개인적으로 제2의 인생 서막을 속초해랑중학교 ‘학교보안관’으로 채용되어 여러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새로운 터전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어 참으로 행복하고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왜소한 체격에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힘겹게 등교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안녕하세요!’ 라며 반갑게 대해주는 어린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과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을 만끽하며 또 다른 활력을 찾는다.
우리 학교는 속초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번영로(금호동)에 접하고 있어 비교적 교통량이 많은 도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보안관 근무는 금년 새 학기(3월)부터 시작한 일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 관계로 늦게 등교수업이 시작되고 부터는 매일 출근해서 학교 주변과 취약지역을 살펴본 후 밤새 날리고 버려진 쓰레기 등을 두루 정리하고 나서 어린 학생들의 등굣길(하굣길도 마찬가지)을 점검하고 교문 앞 횡단보도 교통안전지도, 출입자 통제 등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과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하다.
다행히 요즘은 ‘속초시모범운전자회’의 도움으로 한층 걱정을 덜고 있지만, 횡단보도나 보안관실에서 초라한 복장으로 근무하는 모습이 좀 그랬는지 교장선생님께서 ‘보안관 선생님! 제복은 맞췄나요? 언제쯤 온다나요?’ 하시며 제복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셨던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우연히 서울 모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과 각종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통제하는 일이 학교보안관의 주 역할인데 제복을 갖춰 입고 근무를 하면 직·간접적인 효과가 10배 이상 더한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마침내 기다리던 학교보안관 제복이 지난 6월26일(금요일) 학교에 도착해서 6월29일(월요일)부터 평소 느끼지 못한 설렘과 긴장된 마음으로 착용하고 근무하게 되었다. 옛날 군 복무시절 3년 동안 입었던 군복을 벗고 난 후 약 39년 만에 첨으로 입어보고 써보는 생소한 제복에다 카우보이모자는 왠지 모르게 쑥스럽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제야 학교보안관으로서의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었으니 새삼 감회가 새롭고 책임감이 앞선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꿈나무들이 학교에서나마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튼튼한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 학교보안관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제 학교보안관으로 근무한 지 4개월째 접어들었다. 학교보안관 생활도 정년이 있다. 아직은 새내기 학교보안관 티를 벗지 못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남은 시간 후회 없이 내가 바라는 그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나의 힘찬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좀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 어린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마음속으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저 힘없는 어린 학생들만큼은 무슨 수가 있더라도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어른인 우리가 그것도 학교보안관이라는 제복을 입게 된 내가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야 할 일’ 이라는 것을…….
함영조
전 속초시안전방재과장
속초해랑중학교 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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