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전성시대이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의 제한은 생활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가 지역의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속초시와 속초사자놀이보존회가 진행하는 문화재청의 생생문화재 사업이 지역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넓게 해준 경우이다. 이 행사는 문화재의 적극 활용을 통해 문화재를 더욱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되었다. 속초는 지난 2016년부터 속초도문농요(강원도 무형문화재 20호)와 매곡 오윤환 생가(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37호)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속초사자놀이보존회가 주관을 맡으면서 속초사자놀이(강원도 무형문화재 제31호)를 추가하였다. 속초도문농요가 상도문 마을에서 탄생한 농촌문화라면, 속초사자놀이는 중앙동과 청호동 등 실향민 집단거주지에서 탄생한 실향민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가 장소성을 바탕으로 주민의 생활 속에서 이어져오는 전통이라고 한다면 두 문화재의 존재 자체가 속초의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다. 속초의 문화재 활용사업이 생활문화와 주민이 결부되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포스트 게임으로 재미있는 문화재 체험
지난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1박 2일간 상도문 돌담마을에서는 ‘이야기 따라, 문화재 따라 속초풍류 여행’이 진행되었다. 속초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1박 2일간 체험할 수 있는 행사이다. 참여자는 수도권 지역에서 모집한 가족으로 유아부터 초등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문화재 체험이라고 해서 고루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가 품고 있는 역사문화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문화재 포스트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3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각 속초도문농요와 속초사자놀이, 매곡 오윤환 생가를 체험하게 된다. 한 팀이 30분씩 장소를 바꿔가면서 문화재를 골고루 체험할 수 있다. 속초도문농요팀은 도문농요 소리 중 하나인 마뎅이 소리를 배운 후 농사와 관련된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를 하였다. 속초사자팀은 함경남도 민요 돈돌날이 노래와 춤, 사자춤을 배우고 사자탈을 함께 쓰면서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매곡 오윤환 생가팀은 돌담마을의 마을미술과 골목길, 오윤환 생가를 통해 북방식 농사문화의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 포스트를 경험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을 사진으로 남긴 후 포토일기를 적게 된다. 매곡 오윤환이 19세부터 임종 전까지 매일 썼던 매곡일기의 정신을 잇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저녁에는 속초시립박물관의 야간 공연을 관람했다. 속초사자놀이 완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초사자놀이는 속초에 정착한 이북 실향민의 공동체 놀이문화였다. 당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기 위한 돈을 모금하기 위해 길놀이를 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문화를 통한 지역의 문제해결이었던 셈이다. 사람과 활동, 그 목적이 분명한 전통은 보존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문화의 가치이다. 속초시립박물관과 함께 조성된 실향민문화촌, 그곳에서 공연하는 사자놀이가 매번 특별하게 다가온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속초도문농요는 인형극으로 변주되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체험객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로 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말랑말랑한 변주는 아니다. 김매는 소리와 마뎅이소리 등 속초도문농요의 핵심 소리가 무형문화재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나온다. 속초도문농요 보유자 오순석의 소리, 오명현의 구성진 목소리가 작품의 품격을 높인다. 여기에 도문농요 전수조교 허영희, 도문농요 이수자 김영순, 도문농요 장학생 오진석, 마을주민 임소연이 합류하여 익살스러운 대사와 인형놀이를 선보인다. 마을공동체 문화가 마을주민이자 속초도문농요보존회원에 의해 꾸준히 전통으로 내려오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문화재는 그렇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
상도문과 실향민의 풍성한 음식체험
음식문화도 빠질 수 없다. 상도문 어르신들의 제철 농산물로 만든 ‘도문밥상’, 이북 실향민의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가 풍성한 음식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손맛과 이야기맛이 어우러진 융합의 밥맛이다.
인천에서 온 참가자 이선호씨는 “돌담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문화재 이야기가 좋았다”며 “속초에서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참가의 의미를 두었다.
속초사자놀이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때문에 적은 인원에게 문화재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체험형 교육과 함께 마을문화 여행, 문화재축제를 함께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의 문화예술 전문가는 물론 마을 주민의 협력구조를 만들어서 문화자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의 적극적 활용이 차별화된 도시문화가 되고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문화재가 품은 속초다움을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도시문화의 매력도를 높이고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드는 문화재의 가치, ‘모두의 문화재’가 되는 생생문화재 행사가 되길 바라본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속초사자놀이 관람 후 기념촬영.
속초사자놀이 포스트게임. 참여자들이 함께 사자춤을 배우고, 사자탈을 체험한다.
속초도문농요 포스트게임. 마뎅이소리를 배우고, 농사문화와 관계된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여 재미를 더했다.
속초도문농요 인형극 중 김매는 소리에 맞춰 체험을 하는 관람객.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한 인형극이 마을의 대표 콘텐츠가 되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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