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8.15 광복절, 어떻게 가르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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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0년08월17일 10시55분 ]

2학기부터 교양강의를 맡게 되었다. 대학 설립자님의 권면에 따른 것이다. 공과대학 교수가 교양강의를 맡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감사하면서 처음 부임한 날처럼 설레기도 한다. 아울러 책임도 크게 느낀다. 그러면서 어떻게 강의를 진행할까 여러 날 얼개 엮기를 사뭇 생각했다. 강의명이 ‘맨 오브 미션’이다. 직역하면 ‘사명적 인간’이다. 대학의 인재상이기도 하다.
이전에 쓴 기고문 “맨 오브 미션, 헌신의 최고봉”에서 사명적 헌신을 이야기 했다. 지구촌 재난이 연속이다. 비전(Vision)은 안타까움으로 회복을 꿈꾸는 것이고, 사명(Mission)은 비전을 성취하는 실천이다. 희생과 열정이 필요하다. 성실과 충성이 사명자의 자세이다. 사명을 완수하려면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데 사명감은 소명의식에서 비롯된다. 소명(Vocation)은 하늘의 부름이다. 하늘이 부여한 명령이고 불가항력적인 섭리다. 그래서 직업의 어원이 소명이다.
이것이 비전과 사명과 소명의 연결고리다. ‘사명적 인간’이 되기 위한 기초 요소다. 소명은 개별적이라서 사명을 펼치는 영역도 다르다. 그런데 헌신하는 ‘사명적 인간’은 다수가 아니고 소수다. 개인과 가정과 국가의 역사에 쓰임 받는 사람들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가 말한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다. 27년간 집필한 <역사의 연구>에서 “하나님이 시련을 주면 인간은 그에 대한 응답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며, 문명은 도전에 대한 응전의 산물”이라고 했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 관점이 이것이다.
그러면 젊은 세대에게 어떤 책을 권할까? 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젊은 역사책 <젊은 대한민국사 건국>과 <젊은 대한민국사 위기>를 추천한다. ‘백년동안’이 출간한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32권 가운데 첫째 권이다. 저자 1973년생 ‘김원’이 바라보는 대한민국 역사의 재발견이다. 그래서 제목을 “젊은”이라 붙였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이후 ‘해방공간’은 인물중심의 정치사이면서 좌우익간의 피의투쟁의 역사다. 저자가 건국사를 책으로 정리하는 역사서술의 분명한 3가지 태도는, 부정적 역사가 아닌 ‘현실주의적 시각’, 한반도의 좁은 울타리가 아닌 ‘국제적인 폭넓은 시야’,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균형잡힌 재평가’이다.
<젊은 대한민국사>가 균형 잡힌 역사서술로 설득력을 얻는 것은 저자 ‘김원’의 성장과정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이웃집 운동권 형의 불온서적을 읽고 상처를 입었다. 시큰둥한 청소년기와 서울대 재학 때도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보냈다. 법학 공부, 학원 강사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역사공부를 시작했고, 40대에 제대로 된 숙고기간을 거쳐 오디세우스가 고국으로 돌아오듯이 방황의 끝에서 이제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책에서 저자는 8.15를 이렇게 말한다. “1945년 8월15일을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광복절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부를 때 우리는 오직 우리 민족과 한반도만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광복이라는 말 대신 ‘일본의 패망’이라는 문구에서 출발해 보자. 당연히 ‘일본을 누가 항복시켰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일본에게 패배를 안겨 준 것은 우리 민족이 아니었다. 일본을 한반도에서 내쫓은 건 제2차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방공간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에게 달려 있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서로 엇갈리면서 한반도의 운명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저자의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다.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젊은 세대의 ‘사명적 인간’을 위해 <젊은 대한민국사, 건국>을 추천한다. 스스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비하하고 폄하하는 세태, 수많은 부정적 한국사 비류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거의 ‘이념의 내란’에 준하는 분열에 시달리느라 함께 공유할 균형 잡힌 역사책이 전무한 시대에 <젊은 대한민국사>가 건강하고 친숙한 우리 역사서로 길이 남기를 바란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