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3년째 접어들고 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12년 145개월 동안 그 문을 닫았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투자했던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는 물론, 민간 기업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매출 손실 예상액이 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군사 분계선을 통과해 북쪽으로 향하던 수많은 차량과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고 휴전선에는 긴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금강산 관광 중단 12주년을 맞아 금강산투자기업협회 소속 민간 기업인들이 금강산 피해 보상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정부측에 전달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었다면 올해로 22년째가 된다. 그렇게 되었다면 남북 관계는 큰 진전을 이루었을 것이고, 민족의 통일이 더욱 가까워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남북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북한은 금강산에 투자한 우리 측 자산의 동결, 몰수와 현대 아산의 독점사업권을 폐지하고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남북 관계는 회복되는 듯 보였으나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현지 지도 시 금강산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올해 6월에는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금강산 관광은 완전 철수냐, 아니면 재개냐를 결정해야 할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 위기는 곧 기회다. 남북 관계 위기를 기회 요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11월 미국 대선 전 10월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은 없지만 두 수뇌의 결심에 따라 두고 볼 일” 이라고 하는 등 여지를 남겨둔 것은 다행이다.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하는 미국 트럼프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간의 만남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의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보장) 사이에 협상의 접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북한도 북핵 제거의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고 한·미도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결정해야 금강산 관광 재개의 돌파구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도 기여했다. 금강산 관광은 현재의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남북 경협 사업이다. 신종 유행병인 코로나로 인해 남북 경제가 어려운 이때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실질적 합의를 한다면 코로나 상황에 따라 개별 및 단체관광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은 유엔 대북 제재에 해당 되지 않는다.
남북미 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역사적 과제다. 금강산관광 중단 12년을 맞이하여 머지않아 다시 금강산 구룡연과 만물상에 오르고 해금강 바닷가에서 수영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장세호
전 민주평등 강원도(속초시)협의회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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