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연어산업화 20년의 현주소
②국내 최초 연어자연산란장 어떻게 조성되나
③국내 연어산업화, 명암과 비전은
④연어로 생명의 강 탈바꿈한 울산 태화강
⑤연어자연산란장, 친환경 산업화로 완성도 높이자
우리나라 근대화의 중심도시인 울산은 1970∼80년대 중화학공업에 이어 90년대부터 자동차 산업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적으로도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본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과거 역사 속에서 국내 산업화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점 역할을 해온 울산은 풍요로운 자본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젖줄인 태화강이 오랜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한 환경오염으로 신음하면서 시민들의 안식처 노릇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었다.
근대 산업화의 부작용이라는 오명을 안았던 태화강은 21세기를 앞둔 1990년대 말부터 친환경 생태복원을 통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젖줄로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식변화와 함께 울산광역시, 울주군 등 지자체들의 과감한 예산지원과 정책 발굴, 관리 등이 동반되면서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생태환경의 표준지표로 꼽히는 연어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태화강생태관이 자리하고 있다.
방류 16년 만에 태화강연어 탄생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해 매암동 부근의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길이 47.54㎞의 태화강은 과거에는 연어가 오르는 곳이었지만, 산업화와 함께 근 40년 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풍부한 자본과 많은 일자리는 시민들의 생활을 여유롭게 했지만, 산업화로 인한 공해와 환경오염 등은 오히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만다.
이에 울산시민들과 울산시, 울주군 등 지방정부는 다시 태화강을 살려 울산시를 환경 친화적인 도시로 바꿔나기기 위해 많은 예산과 정책지원을 아낌없이 쏟았고, 2000년대 들어서부터 서서히 생태환경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러 정책 중에서 울산시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이 바로 태화강연어다. 강과 하천의 생태지표인 연어가 많이 오르면 생태가 살아난다는 목표로 지난 2000년부터 소규모 방류사업을 시작한 후 2003년 5마리의 첨연어가 태화강으로 회귀하면서 시민들과 지자체는 그 가능성을 확신하고 태화강을 살리기 위한 연어자원증강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태화강에 오른 연어는 양양남대천에서 포획, 생산한 어린연어를 분양받아 방류한 것이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태화강에 방류한 어린연어는 76만 마리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307마리가 산란을 위해 태화강을 거슬러 올라 왔다. 시민들이 직접 태화강에 나가 강으로 오르는 연어를 처음 확인한 2003년은 그동안 자동차 산업도시로만 불리던 울산시를 친환경 생태도시로 전환시키는 일대 사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자신을 얻은 울산시·울주군과 시민들은 연어방류에 적극적으로 나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341만 마리를 방류했고, 같은 기간 5,772마리를 포획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4년에는 가장 많은 1,827마리가 태화강에 올랐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태화강이 연어의 강으로 변모하자, 2016년 상류지역에 태화강생태관을 조성하고 강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도시로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연어가 산란하기 가장 적합한 장소인 선바위 부근으로 포획장을 옮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방류량은 190만 마리이며, 포획한 연어는 535마리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는 태화강생태관이 자체적으로 연구 생산한 연어를 방류하기 시작해 올해 초까지 417마리의 순수 ‘태화강연어’로만 방류하는 성과를 거뒀다. 양양 ‘남대천연어’를 분양받아 방류한 지 16년 만에 ‘태화강연어’가 탄생했고, 연어가 소상하는 국내 16개 하천 중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곳이 바로 울산 태화강이다.
강이 살자 생태계도 회복
2000년대 초까지 생활오수와 공장 폐수로 몸살을 앓아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은 울산시민들과 울산시·울주군의 노력에 힘입어, 자연과 소통하는 생태문화 공간인 생태관을 중심으로 십리대숲이 어우러져 시민들의 휴식과 치유의 거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와 울산시의 수질개선 정책이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하며 83만5452㎡에 이르는 하천 퇴적지에 생태, 대나무, 수생 등 6개 주제 29개 세부 정원이 탄생하면서 지난해 7월 정부로부터 전남 순천만에 이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현재 태화강 주변에는 연어, 은어를 비롯해 백로, 고니, 수달, 너구리 등 700여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하구의 철새공원은 국내 도심 속 최대 철새 도래지로서 백로와 까마귀 떼의 화려한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곧 다가오는 가을철에는 태화강 하구의 석양이 억새물결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비경을 연출한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은 연어가 돌아오자, 산업화의 여파로 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오고 있고 무엇보다 오래 전 지속되다 끊겼던 자연의 생태계가 다시 건강한 잉태의 싹을 틔우면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년 3월에는 태화강생태관 일원에서 태화강연어가 먼 여정에 오른다. 지난 2016년부터는 태화강에서 배양한 어린연어들이 방류돼, 시민들의 자부심이 크다.
태화강생태관은 산업화로 죽어가던 태화강을 살린 전 과정이 생생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소중한 생태환경교육의 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어생태체험→여름체험교실→현미경관찰→연어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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