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도무지 타인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가 살아온 과거의 환경, 지금 처해있는 위치와 상황들, 또 쉽게 밖으로 표출할 수 없는 내재되어 있는 이해관계들이 겹쳐져 있어 표면적으로만 봐서는 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비단 그에게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 우리 자신도 또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물일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면 살아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수많은 트라우마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지나온 모든 순간들은 작고 어린 슬픔이나 분노, 억압과 소망, 바람 등을 간직한 채 지금의 모습처럼 이만큼 훌쩍 커버렸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체적으로는 성숙해졌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허기진 소망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가득 채워지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떼쓰고 원하는 어린아이처럼.
‘이너 차일드(Inner Child)’란 말이 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자아. 어른이 되었지만 내면에 숨어있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 동심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상태로 겉으론 어른인 우리들에게서 표출되는 행동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최근에 나의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지난 광복절에 벌어진 광화문 집회 건이다. 그 집회를 주도한 이들과 참여한 이들에 대한 분노가 한동안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전후 맥락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믿는 절대자에 대해 “까불면 죽는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던 성직자가 주최한 집회. 뒤에서 그 집회에 참여를 독려하고 편의를 제공한 이들과 그들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동원된 수많은 사람들. 코로나로 인한 엄중한 시기에 함께 살아가야할 공동체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면 공익에 반하는 일들도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너 차일드’를 떠올리게 된다.
어린아이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할 때가 많다. 자신의 행동이 야기할 결과에 대한 예측이 없다. 나로 인해 타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지 고려하지 않는다. 적절한 사회화 과정을 겪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흐리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고령의 참석자들에게서 어린아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신앙을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미성숙한 신앙은 공동체에 해를 입히는 또 다른 악일뿐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사태는 지난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또다시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확산일로에 서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던 즈음에 발생한 이 일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 발생 초기처럼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는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수도권에서 발생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쉽게 진정될 기미도 없어 보인다. 또다시 반복되는 제반 경제활동의 위축, 문화 스포츠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들은 자신들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수많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그 와중에도 마스크를 벗고 검사원에게 침을 뱉던 이들, 양성판정을 받고 입원한 병실에서 개인방송을 하며 반찬투정을 하던 이들, 확진 판정을 받고도 이동 경로를 속이고 그로 인해 선량한 다른 사람들에게 2차, 3차 감염을 야기한 이들. 그들 안에 있는 그 아이는 어떻게 커온 것일까? 원하는 모든 걸 다 가져야만 만족할까? 그래야 행복해지는 것일까?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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