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만의 자랑인 대한민국 해병대! 크나큰 소리로 손을 흔들며 이역만리 월남에 참전하여 돌아온 지 어언 45년!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월남전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옛 전우, 그리고 함께 한 옛 해병대 전우들의 생각을 하면서 글을 올려본다.
생사고락의 갈림길에서 월남전에 참여한지 무려 45여년이 지난 오늘도 참전 용사들은 시름에 빠져있다. 함께 전투에 참전하여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의 생각에 빠져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외롭기 만하다. 우리 참전용사들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과 고민 아닌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옛날의 용감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 용감하고 씩씩한 시절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당시 우리는 약 1주일 전부터 작전 명령이 하달되면 언제 죽을지 몰라 수염도, 손톱도 깎지 않고 작전에 임하려 했다. 하나의 미신인 것이다. 수염이나 손톱을 깎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죽지 않으려고 M-16실탄으로 부적처럼 목거리를 만들어 차고, 작전 나갈 때의 준비물, 고향 집에서 보내온 각종 편지, 옷가지 등을 반드시 소지한다. 총성이 울리는 깊은 밤에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잠 잘 때마다 마음속으로 살아오리라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간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써본다.
작전임무 수행 준비로는 군장에 크레모아 2발, M-16실탄 10줄(1800발), 수류탄 2발, 오색신호탄, 그리고 1주일 먹을 물과 C-레이숀, K-레이숀, 쌀 등 전투식량을 넣는다. 무려 50kg의 무거운 군장을 메고 정글 속에 들어가 작전에 임하게 된다.
어느 날 우리 전우는 무시무시한 정글을 해치며 앞으로 전진한다. 갑자기 베트콩과 마주치면 서로의 교전으로 정글은 어마어마한 총 소리와 포사격으로 뒤 흔들린다. 그때 어느 한 전우가 부비트랩 폭발로 다리를 읽고 만다. 멀리서 들려오는 어느 전우의 간절한 목소리, “분대장님, 내 다리 도망갔습니다. 내다리… 내다리….”
그 외침소리가 푸르디푸른 6월, 아직까지도 내 귓가에는 쟁쟁하다. 그렇게 우리의 전우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우리는 며칠의 작전을 끝내고 부대로 복귀하게 된다. 이번 작전에도 많은 전우가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고, 우리는 씁쓸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연기 속으로 사라져간 전우의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번 작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나!
어느 날 우리는 저녁 무렵 공중에서 크나큰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가랑비처럼 무언가를 뿌려 그것을 비라고 생각했다. 그때 한 전우가 속삭이듯 말한다. “저 가랑비를 맞으면 저녁에 매복 나갈 때 모기가 안문데.” 그래서 우리는 저도 모르게 비행기 소리만 나면 벙커 밖으로 나가 그 가랑비를 맡았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정글의 살인적인 더위와 모기를 피하기 위해 그 가랑비를 맞았다. 그게 바로 고엽제였다.
비행기가 뿌려대는 그 약으로 나무는 금세 말라 죽고 정글은 이내 생명력을 잃어갔다. 얼마 후 정글은 빨갛게 죽어만 간다. 왜 죽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 두더지 땅굴수색이라는 작전명령이 하달됐다. 우리는 또 그 어둡고 생명을 앗아가는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국가의 부름에 의하여 낯선 이역만리 월남전선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피땀을 흘린 우리의 젊음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고엽제로 점점 시들어져 가는 우리 월남 참전전우들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파월 속에서 사선을 넘나들면서 목숨 바쳐 온 우리네들은 과연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정부나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랴만, 이제 소외 받고 늙어가며 냉대 받는 우리 파월참전 용사들에게 국가는 보상차원에서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주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다시 한 번 그 부름에 젊은 피와 땀으로 화답하고 목숨을 던진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이들의 생활안정 등을 살펴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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