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말은 다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문화 행정이라는 말과 행정의 문화라는 두 용어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 인류학적 입장에서 볼 때, 문화란 인간의 생활양식 일반을 의미한다. 즉, 문화는 그야말로 넓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행정 전체가 전적으로 문화의 영역 안에서 존재한다. 행정 자체도 하나의 문화인 것이며, 문화 행정은 그것이 곧 행정 문화란 것이다. 행정의 문화란 보다 정확히 말해 ‘행정문화의 혁신’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행정문화의 총체적인 자기혁신’ 또는 ‘행정 전반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혁신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행정의 문화화란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시민 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문화를 시민 사회에 부응하는 것으로 변혁시키려는 ‘실천의 개념’이며, 현상을 변혁시키고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개념이다. 행정의 문화라는 개념은 현재의 행정 양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문화적인 사업들마저도 문화적으로 펼칠 수 없다는 문제 인식하에서 생성된 것이다.
따라서 행정의 문화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현 상황에 대한 노(NO)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공업적 논리에 젖어있던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 문화를 그 가치 축(價値 軸)으로 하여 재편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사고방식과 감각, 추진절차, 조직의 양태에 안주하고 현재의 시책과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것은 예산소화행정(豫算小話行政)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 독선주의 그리고 관료적, 권력적, 수동적, 고정적, 형식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행정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시민으로부터 공감을 받는 행정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듭 말하자면 행정 절반을 시민문화의 수준으로 변혁시켜 나가는 행정 혁신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문화 행정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는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고방식(가치관)과 태도(기술제도)의 체계로서도 표현된다. 행정기관의 문화는 그 관청 내에 깊이 뿌리내린 사고방식과 이들의 집적으로 구성된 관습과 절차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행정 전체를 문화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행정이 시민적, 자치적, 능동적, 탄력적, 합리적, 창조적, 종합적 관점과 접근방법을 견지하도록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고 혁신해야 하며, 이러한 혁신의 과정이야말로 행정의 문화화를 도모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개성적인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행정 전반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점검하여 일체의 행정영역에서 지역의 독창성과 창조성이 발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개성 있는 지역 문화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정 자체의 자질을 높여서 시민 감각을 흡수한 차원 높은 행정을 전개해야 한다. 정보에 대한 강도를 높이고 시대의 조류와 방향을 선견적으로 정립하는 역량을 함양해야 할 뿐 아니라 시민의 생활문화에 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자발적이고도 의욕이 충만한 ‘행정인’을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이 자기 개혁을 실행함에 있어서는 민주주의의 원점이기도 한 ‘시민참여’를 보다 실효성 있게 실현시키고 행정 사무처리의 합리화를 도모하는 것도 긴요한 과제이다. 그것은 행정이 수행하고 있는 각종 사무화시책에 보다 근원적으로 시민문화의 관점과 시민의 감각을 도입한다는 말이다. 또한 개개의 사무나 시책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행정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 즉, 문서의 양식, 시민에 대응하는 관청의 풍토에 이르는 모든 사항을 문화적 관점에서 재검토하여 시민의 마음에 보다 더 근접한 행정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차원에서 전개되는 행정의 양상 즉, 행정 문화를 시민의 문화에 부응하도록 개혁하는 것을 한마디로 ‘행정의 문화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행정의 문화화는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새로운 행정 절차와 관행을 확립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또한 앞으로 문화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적 부분 상호 간 즉 중앙정부와 광역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초자치단체 간에 협력체제를 재구축 하는 것도 긴요하다. 이는 문화정책의 책임부처로서 문화관광부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전제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정합성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정합성도 동시에 요구된다.
장세호
전 속초시 지방행정 동우회장·수필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