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어업은 농업보다 덜 친숙한 분야이다. 농업은 대도시 근교에도 발달한 경우가 있고 텃밭을 가꾸는 사람도 많으며 귀농을 꿈꾸는 도시 직장인도 더러 있다. 반면, 어업 종사자는 해안가가 아니고선 쉽게 접할 수 없고 ‘어업’ 하면 위험하고 고된 일로 비친다.
농업에 고령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것처럼 어업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사람에게 어업은 거리가 먼 분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에 부응해 지자체에서는 청년 어촌정착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저도어장 개장 첫날 어획고 1등
올해 서른넷인 박종성 씨는 이제 어느덧 번듯한 어업인이지만 3년 전만 해도 고성수협에서 일했다. 박 씨의 부친은 어업에 종사해 어업은 그에게 친숙한 직업이었지만, 어린 시절 그는 장차 어업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는 수협에서 금융부서 2년, 경매부서 2년 등 4년을 일했다. 그는 경매부서에서 어민들을 지켜보면서 어업의 가능성을 봤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이전에는 조업을 위해 배를 타본 적이 없었으나, 어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아버지와 선배의 배를 타고 나가서 조업 현장을 경험했다. 어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그는 결혼 후 경제적인 도약을 꿈꾸며 2017년 말부터 대진어촌계 소속으로 연승어업에 종사하게 됐다.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꼼꼼히 준비해서 시작한 어업임에도 그는 처음 두 달 정도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그의 어획량은 다른 이들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그는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더 일찍 바다로 나갔고 더 늦게 육지로 돌아왔다. 혼자서 일을 하는 그는 여름철이면 새벽 3시에 조업을 나가고 겨울철에는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한다. 노력은 머지않아 성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저도어장 개장일에 그는 제대로 조업하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작년 저도어장 개장일에 어획고 1등을 차지했고, 올해 저도어장 개장일에도 어획고 1등을 차지했다. 저도어장은 매월 4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되는데, 저도어장 개장일은 조업을 멈췄다가 들어가는 첫날이라 가장 경쟁이 치열한 날이고 그래서 개장 첫날 어획고 1위는 상당히 의미 있다. 저도어장 개장일에는 연승어업 종사자와 해녀, 잠수부 등이 단단히 채비하고 한꺼번에 몰려 경쟁한다.
어업 시작하려면 많은 사전 조사 필요
고성에서 가장 젊은 어부 축에 속하는 박 씨의 현재 수입은 수협에서 받던 급여를 훨씬 상회한다. 이런 그의 수입은 그저 쉽게 얻은 게 아니다. 그는 현재 어업인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친구들에게는 어업을 적극적으로 권하진 않는다. 잘되는 사람만 보고 어업을 시작했다가 낭패를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쏟아지는 햇빛을 견디며 조업을 해야 하고 겨울에는 거센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연승어선은 2톤 미만의 소형이라 풍랑에 위협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일이 그러하듯 바다에도 텃세가 있어 초보자가 이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초기 투자비도 적지 않다. 연승어선은 중고 가격이 1억2,000만원 정도이고 새 배는 1억5,000만원 정도이다. 더군다나 어민의 수익은 변동이 크다. 날씨가 좋더라도 바다 속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일이 잘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박종성 씨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며 어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어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사전 조사를 많이 해야 합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죠. 타지 사람은 더 힘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바다에 배들이 많아 조업을 하기 위해 배를 댈 자리가 잘 나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하죠.”
여러 난관을 헤쳐 가는 박 씨는 매우 긍정적이다.
“오늘 많이 잡아도 내일 같은 장소에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반면, 오늘 잘되지 않으면 내일이 있기에 기대할 수 있죠.”
이런 긍정적인 자세와 노력이 한 청년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이광호 기자
청년 어업인 박종성 씨가 그가 잡은 문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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