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나는 늘 받기만 한 것 같아, 말년에 혼자 지내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고 감사하지. 그래서 조금이나마 나눠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덕원 스님한테 좋은 곳에 보태달라고 했을 뿐이야.”
지난달 7일 낙산사와 무산복지재단이 코로나19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전달한 사랑의 연탄에는 홀로 여생을 보내는 한 어르신의 따뜻한 온정이 담긴 35만원이 보태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양양 강현면 둔전리에서 혼자 살고 있는 추교춘 어르신. 올해 77세인 어르신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집 앞 마당에 장작을 쌓아놓고 있었다.
최근 들어 가운이 더 없어진다면서 미소로 인사를 건넨 어르신은 낙산요양원의 재개복지 대상자로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알뜰살뜰한 보살핌을 받아왔다고 대뜸 고마움을 표했다.
“세상사 다 그렇겠지만, 늙고 나이 들어 힘들수록 더 외로워지는데 낙산사 스님들과 직원들이 이렇게 때만 되면 챙겨줘서 너무 고맙고 눈물 날 때도 많아.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생각하다가 조금씩 모은 돈이라도 좋은 일에 쓰게 보태야겠다고 해서 한 것뿐이야.”
강현면 둔전리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은 19살 되던 해 인근 속초에서 40년간 살다가, 고향에 돌아온 지 이제 10여년이 됐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이제는 쉬면서 집 앞 텃밭을 가꾸며 혼자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 어르신은 낙산요양원으로부터 재가복지 서비스를 받는 게 큰 위안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경로당이나 경로잔치도 못 열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던 차에 낙산요양원 노인복지센터의 재가방문은 어쩌면 사회와의 유일한 대면 통로다.
어르신은 10년 동안을 한결 같이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낙산요양원에 보답하고자, 조금씩 돈이 생기면 돼지저금통에 모아 놓았다. 이렇게 동전까지 합쳐 한푼 두푼 100만원 정도가 모이자, 어르신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매년 자비 나눔을 베푸는 낙산사에 두 차례 나눠 기부했다. 지난 6월에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치료비로 받은 돈 가운데 병원비로 쓰고 남은 돈까지 덕원스님을 통해 전달했다.
어르신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기탁금은 낙산노인복지센터가 지난 7월,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외출을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로하고자 마련한 ‘행복꾸러미’ 만들기에 긴요하게 쓰였고, 나머지는 지난달 사랑의 연탄을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
낙산노인복지센터 덕원 스님은 “어르신을 보면서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져도 사람의 온기와 향기는 때론 더 짙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고마워했다.
병원 가는 날이면 배낭에 손수 농사지은 호박이며 고추와 오이 등을 지고 나와서는 만나는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추교춘 어르신은 때로는 점심도 얻어먹을 수 있으니, 사는 게 즐겁다며 미소를 지었다.
기부를 했다고 인터뷰를 하려니, 그 무슨 자랑할 일이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치는 어르신은 집에 온 손님이니 대접을 해야 한다며 직접 캔 약초로 달인 물을 한 잔 내어주고는 월동준비 1호인 겨울땔감을 안분지족하듯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김주현 기자
추교춘 어르신이 한적한 마당에서 오후 볕을 쬐고 있다.
낙산노인복지센터 덕원 스님과 추교춘 어르신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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