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우수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을 열거하면 ①최고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었고 ②최고 수준의 산업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③교육 수준은 세계 제일이며 ④정이 많고 ⑤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일본과 비교하기를, 첫째,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누르지만 집단적으로는 일본을 당하지 못한다. 둘째, 한국은 균등사상이 강하다. 한국인에게는 무조건적 평등, 균일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인은 인간관계나 체면을 중시한다. 그렇다 보니 그것이 지나쳐 연줄 연줄로 봐주기가 심해서 법질서 유지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나 끼리끼리 어울린다. 넷째, 공동의식이 부족하다. 우리 국민은 조선왕조, 일제강점기, 이승만정권, 군사정권 아래서 길들여진 수직적 복종문화에 젖어 있다. 너와 내가 1:1의 공통분모 찾아내는 수평적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크다. 이 사회가 잘못되고 있는 원인을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또한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양보가 없고 오로지 자기 이익만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예컨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되어버렸고, 줍는 행위는 쑥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조급성이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민족의 수난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수단으로 무엇이든 “빨리빨리” 처리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60년대 이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국민의 조급성을 형성하는 데 큰 요인이 된 것 같다. 더욱 빨리 많은 것을 생산하고 많은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하여야 능력을 평가받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성들의 군대 경험은 조급성을 부채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업도 장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현실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하기보다는 모방을 한다. 납기일을 지키는 데 급급하여 조급하게 만들다 보니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만든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이라하는데 물건이나 서비스의 질이 형편없기 때문에 1회용 고객으로 끝나고 만다. 이것은 아직도 양의 개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빨리빨리 처리하는 근성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전력투구를 하려는 측면으로 보면 미덕일 수도 있으나 경망, 조잡, 치졸로 연결되어 조령모개, 낭비, 담보를 불러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중에는 한탕주의와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서비스 정신 또한 부족하다. 우리 국민은 대체로 뻣뻣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서비스업소조차 서비스 정신이 결여 되어 있다고 비난받는다. 우리가 서비스업소에 가면 외국과는 달리 대접받지 못한다.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해야 하고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우리네 도덕률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서 잘 먹었노라고 인사를 하는 쪽은 고객이다. 택시를 탈 때에는 방향을 물어보고 허락이 떨어지면 탄다. 타고나면 기사는 합승에 양해를 구하기는 하지만 양해라기보다는 통고하는 식이다. 승객은 눈치를 살피면서 저쪽 골목까지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버스를 타고서도 승객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듣기 싫은 라디오나 비디오를 듣고 보아야 한다. 버스를 내릴 때 운전기사에게 “수고하세요”라고 하는 승객도 많다. 그래도 버스운전사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가게에 물건을 사러가 보면 주인은 손님들이 구경하거나 묻는 것을 귀찮아한다. 같은 곳을 들러 물건을 두세 번 흥정하면 신경질을 낸다. 그러나 일본 상인들은 열 번을 다시 가도 “하이! 하이! 하면서 아리가토오”를 연발하며 친절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친절에 반해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장세호
전 속초시 지방행정 동우회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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