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만 양양군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헌신할 생각입니다.”
지난 18일 양양군보건소장에 임용돼 업무를 시작한 권성준(66) 소장은 40년 동안 인술(仁術)을 펼쳐온 국내 위암 치료의 최고 권위자로 한양대병원장을 지낸 명의이다.
양양군의 첫 개방형 보건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소탈한 성격으로 보건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보건지소와 읍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진료소를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전 보건소장실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보건소 담당들이 새로 부임한 권 소장과 함께 실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를 갖고 있었다.
지난해 8월 한양대병원장과 교수직을 그만두고 공모절차를 거쳐 ‘시골의사’로 불리는 양양보건소장으로 부임한 그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직접 주민들을 만나 진료를 하는 것이다.
‘소장님’으로 불리는 게 가장 편하다는 권 소장은 공중보건사업이 주를 이루는 보건소의 체계를 익히고 코로나19가 진정세 국면에 접어들면, 과거 왕진으로 일컫는 진료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저는 보건소장이자 의사이기 때문에 직접 환자를 보고 진료하는 걸 가장 잘 합니다. 우리 지역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직접 주민들을 찾아뵈면서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상담진료를 활성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다양한 공중보건사업과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파악하고 나면, 직접 왕진가방을 들고 보건진료소까지 출장을 나가 주민들의 상담진료와 협진체계 안착에 적극 나서겠다고 피력했다.
또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양양관내 5개 의원도 방문해 지역의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공공의료에 필요한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의사는 권위의식 버리고 헌신해야”
지난해 한양대병원장과 의대교수를 끝으로 퇴임한 권 소장이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양양군을 선택한 이면에는 현직에서 내려오면 오랜 세월 힘들게 쌓아온 의료지식과 많은 경험을 의료낙후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마음먹었던 봉사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40년간 의사생활을 하면서 환자를 권위의식으로 대하지 않았던 소탈한 성격으로 강단에서 의대생들을 가르칠 때도 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면 권위의식을 버리고 근면, 봉사, 희생정신으로 헌신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권 소장의 온화한 인품과 헌신적인 의사의 삶이 의료낙후지역에서의 의료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이두순 양양군사회단체협의회장과 25년 지기로 그의 소개로 시간이 날 때마다 양양에 들러 힐링했고, 아름다운 산과 바다, 계곡에 인심까지 후해 양양군보건소장을 맡겠다고 흔쾌히 결정했다.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이두순 회장이 상급병원 문턱이 높을 당시 아픈 고향 주민들을 소개하면, 흔쾌히 상담하고 치료까지 해줘 사실상 양양과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도 20kg의 무거운 배낭을 메고도 2박 3일 산행을 할 정도로 건강한 권 소장은 한양대병원장 퇴임 후 서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실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건강할 때 의료낙후지역의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양양군보건소장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오지 진료소 찾아 인술 펼칠 준비
한양대 의대에 입학한 지 올해로 47년이 되는 권성준 소장은 소화기학회 부회장, 대한외과학회 상임이사, 대한위암학회장, 한양대병원장 등을 역임했고, 위암수술만도 3,000번이 넘을 정도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 서울에서 의사와 의대 교수로 근무해온 그는 항상 낮은 자세로 의학계에서 성실과 나눔을 실천하며 ‘의술’에 앞서 ‘인술’을 강조하곤 했다.
권 소장은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의사로 재직할 당시 오전 6시 30분 출근해 7시에는 반드시 회진을 돈 것으로 유명하다.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1분 1초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8월 한양대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수업 시간에 ‘양양군보건소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 의학계에서조차 ‘편한 삶을 놔두고 왜 어려운 길을 선택할까‘라는 의문을 보였지만, 권 소장은 이미 40년 전 의사가 되면서부터 지금의 길을 선택했고 결정도 했으리라 짐작된다.
양양군보건소에 출근하면 직원들에게 고객 숙여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권성준 신임 소장은 성공한 의사경력과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더 값지고 행복하다며,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지 진료소를 찾아 인술을 펼칠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지난 18일 부임한 권성준 양양군보건소장이 보건소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권성준 신임 소장이 김진하 양양군수로부터 임용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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