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규(61, 사진) 속초여자고등학교 수석교사는 18년째 일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거의 매일 해변에서 아침을 맞는다. 정확히 횟수를 세지는 않았지만,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00번은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의 경우 일출을 촬영한 날이 220일이었고, 특히 12월에는 25일이나 나갔다. 그렇게 촬영한 일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페북 친구들과 공유한다.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새벽 같이 나가지 않고서도 핸드폰으로 그날그날의 일출을 볼 수 있으니, 그의 수고가 고마울 따름이다.
그는 “일출의 강렬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그동안 일출을 가장 많이 촬영한 곳은 고성 공현진의 수뭇개바위(일명 옵바위)이다. 이어 속초 조도와 물치 송이 등대를 꼽았다.
지난 1997년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 민준규(사진) 속초여고 수석교사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디지털SLR클럽 회원으로 활동했고 속초디카클럽을 통해 디지털 사진의 대중화에 나서기도 했다. 2003년부터 속초, 서울, 대전, 대구 등에서 사진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재는 청봉사진회에서 활동 중이다. 최근 그를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해 일출 사진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000년부터 속초에서 교편을 잡아왔다.
“일출 강렬함 말로 표현 어려워”
-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면 주로 속초 인근의 바닷가 일출 사진을 찍는다고 했는데, 일출 사진은 언제부터 촬영하게 됐고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는지요.
“처음에는 야생화나 새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2003년에 사진 사이트 SLR클럽에서 일출 사진을 보고 너무도 멋있어서 가까운 속초 인근의 일출을 찍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집에서 10분만 차를 타고 나가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는 좋은 조건도 꾸준히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 일출 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나요.
“남이 잠자고 있는 시간에 뜨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일출의 강렬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고, 해뜨기전의 여명 색감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 일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준비해야 할 텐데, 거의 매일 나가는 게 힘들지 않나요. 특히 최근에는 강추위가 계속 됐는데요.
“속초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날은 하짓날(6월 21일)로 오전 4시 55분, 가장 늦게 뜨는 날은 동짓날(12월 22일)로 오전 7시 38분입니다. 겨울철에는 해가 너무 늦게 떠서 일출 사진을 찍고 출근하기가 바빠요. 특히 여름에 일출 촬영을 위해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돼서 무척 어렵습니다. 겨울에 추우면 바다에 안개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반드시 나가야되죠.”
다른 사람들은 추운데, 파도가 높은데, 바람이 강한데 나가냐고 하지만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니 흐리지만 않으면 항상 바다로 나간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빨리 일어나는 것도, 추운 것도, 힘든 것도 즐거운 일이 된다.
- 일출 사진은 촬영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촬영 시에 노출을 맞추기가 까다로워요. 태양에 빛을 맞추면 태양 본연의 색으로 나오지만 주변이 까맣게 나와서 밤인 듯 보이고, 평균 측광으로 찍으면 태양 본래의 색을 잃게 되어 일출 태양색이 뿌옇게 나오게 되므로 적당한 장소를 기준으로 측광하는 것이 아직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해 뜨는 방향을 정확히 아는 것도 어려워요. 혼자 있으면 해 뜨기 직전에 적당한 위치로 이동하면 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찍게 되면 원하는 장소에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좋은 장소를 차지하려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그 사람들 뒤로 물러나서 사람을 같이 넣어서 찍어요.”
속초·고성·양양 일출 명소 알려
- 계절마다 일출 사진의 느낌이 다른가요.
“계절이라는 변수는 습도와 가장 관련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여름에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서 색감이 선명하지 않은 날이 많아요. 여름과 가을에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은, 비가 와서 공기 속의 먼지가 제거 되면 멋진 일출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비가 온 다음날이 일출 촬영에 좋아요. 겨울에는 건조해서 여름철 일출 사진보다도 더 선명하고 색감도 좋고요.”
그는 국내에서 일출 장소로 괜찮다고 하는 곳은 대부분 다녀왔다. 아마도 100군데는 넘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많이 촬영한 장소는 공현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수뭇개바위(일명 옵바위)로 150회가 넘을 것으로 어림짐작했다. 다음으로 속초 조도와 물치 송이 등대 등이 그의 일출 단골 장소이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장소를 아직도 찍고 있느냐고 하지만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고 싶은 의욕이 앞선다. 그러다보니 예전보다는 최근에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다.
- 속초·고성·양양지역의 일출 명소 몇 곳을 소개해 주세요.
“속초는 설악항, 청호동 해변에서 보는 조도, 양양은 기사문해수욕장, 하조대, 물치항, 고성에서는 수뭇개바위, 봉수대해수욕장 등이 있어요. 지난해에 해안 철책선이 사라지면서 고성의 서낭바위, 청간정과 천진해수욕장 사이, 가도 등이 새로운 일출 장소가 됐지만 일반인들은 아직 잘 몰라요.”
그는 페이스북에 매일 새벽 한건씩 일출사진을 올린다. 댓글을 다는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면서 다른 곳의 일출 장소와 정보 등을 알게 된다. 간혹 페북 친구들이 사진을 보고 바다를 보고 싶어서 속초, 고성, 양양에 오면 그것도 큰 보람이다.
- 올해는 1월 1일 첫 해를 한계령에서 맞이했더라고요.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일출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면서 동해안 대부분의 바닷가가 차단돼 2021년 첫 해를 보고자 한계령으로 갔어요. 처음에는 혼자서 여명을 찍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출객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50여 명 정도가 일출을 보는 거예요. 산에서 보는 일출이 1년에 10번 정도 되는데 코로나19가 새해 첫날에 한계령에서 일출을 보게 만들었죠.”
- 가끔 일출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도 페이스북에 올리던데요.
“일출 사진 외에 소나무 사진을 틈틈이 찍고 있고 운해 사진, 바다 풍경, 안개 사진, 얼음 사진 등의 자연 현상을 찍어요.”
일출 사진 전시회·사진집 계획
- 일출 사진을 촬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일출 사진을 멋진 장소에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뒤로 물러나서 그 명소가 보이는 곳에서 찍어야 그 명소와 바다와 해가 나올 수 있어요. 만약 해변에서 일출 사진을 찍는다면 바다 수평선과 태양 외의 또 다른 요소가 가미돼야 멋진 사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진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하는데 수평선과 해만 찍는다면 소재가 그만큼 빈약해지지요. 해가 수평선에서 바로 뜨게 되면 문어 대가리 모양의 해가 뜨는데 사진가들은 이런 일출을 “오메가(Ω) 일출” 혹은 “오여사가 납시었다”고 합니다. 이 현상은 열흘에 한번 정도의 귀한 현상이죠. 초보자들은 오메가 일출 보기를 꿈꾸고 있지만 제 입장으로는 위에 구름이 없어서 하늘이 텅 빈 듯 보여서 오메가 일출을 반기지는 않습니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동안 찍은 일출 사진을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낼 계획이다. 몇 년 전부터 해안의 군철책선이 철거되고 있어 새로운 일출 장소가 생기고 있다. 이런 곳을 널리 알려서 속초, 고성, 양양을 홍보하는 일도 그의 역할이지 싶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민준규 수석교사가 지난 9일 아침에 촬영한 양양 기사문해수욕장 삼형제바위. 파도가 바람에 밀리면서 물보라가 이는 모습을 담았다. 바위는 물방울이 튀면서 하얗게 얼어붙었다.
고성 봉수대해수욕장 일출(2020. 11. 25.).
속초 해맞이공원 일출(2017. 1. 24.).
고성 공현진 수뭇개바위 일출(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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