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지인의 무분별한 수산물 어획에 지역 어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어민들은 법을 개정해 외지 비어업인의 해루질을 금지해야 한다고 성토한다.
해루질은 갯벌이나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로 주로 밤에 랜턴 등으로 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어로 방식을 말한다. 고성 어민들은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외지에서 해루질을 하러 오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거진읍의 한 어민은 “작년부터 외지인들의 해루질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면서 “백섬 주위에서 외지인들이 해루질을 많이 하는데 백섬 남쪽에는 양식장이 있어서 거진 어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 어민은 “보통 5~6명씩 무리를 지어 와서 자정이나 새벽 3시경에 해루질을 하고 대낮에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죽왕면 문암리의 한 어민은 “얼마 전 오후 8시경 교암리에서 연락이 와서 나가보니 20~30대로 보이는 7명이 랜턴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고 해루질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낮에 문암2리항에서 해루질하던 이가 어선과 부딪쳐 큰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며 “비어업인의 해루질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어민들이 해루질을 막다가 보면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하기도 한다. 문암리의 한 어민은 “외지에서 해루질하러 온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면 불법이 아니라면서 당당하게 나오고, 언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어민들을 신고하겠다고 위협한다”고 했다.
문제는 해루질 하러 온 이들이 치어를 잡거나 납벨트를 차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왕면 어민들에 따르면 외지인들이 해루질로 문어, 전복 등의 치어를 잡아 가거나 비어업인이 납벨트를 차고 어획을 하는 것은 불법인데 납벨트를 차고 해루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민들은 “해경이 출동해도 불법사항이 없다고 말하며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다”며 “이제는 아예 해경을 부를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호리의 한 어민은 “해루질하는 이들이 치어를 잡는 것은 충분히 단속할 수 있는데 왜 단속하지 않는지 분노가 치민다”고 했고, 또 다른 어민은 “어민은 오후 6시 입항시간에 10분만 늦어도 경위서를 쓰라고 깐깐하게 나오는 해경이 외지인 불법에는 관대하다”며 비꼬았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비어업인은 수산물 포획·채취 시 납벨트, 산소통 등의 잠수장비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투망, 반두, 외줄낚시(대낚시 또는 손줄낚시), 외통발, 집게, 갈고리, 호미, 손 등으로만 어업을 할 수 있다.
한 어민은 충남의 사례를 언급하며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사태 해결 의지를 주문했다. 현재 서해안 갯벌에서는 관광객들이 일명 ‘빠라뽕’을 이용해 개불을 잡아 논란이 되고 있다. ‘빠라뽕’은 길이 1m가량의 파이프를 갯벌에 대고 손잡이를 당기면 압력에 의해 갯벌 속에 있는 개불이 딸려 나오는데 이 기구의 사용은 불법이다. 충남도는 최근 불법기구 사용에 초점을 맞춰 관광객의 해루질을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수산업법, 수산자원관리법, 수상레저안전법 등에 따르면 현재 비어업인의 해루질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어민들은 조례 제정을 통해 비어업인의 해루질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상위법의 근거가 없어서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해경이 단속을 나가면 해루질하는 이들이 치어를 잡았어도 가지고 나오지 않아 단속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역에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취재 중 의견을 구한 여러 어민은 “비어업인이 해루질을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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