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파람불’, ‘청봉’ ‘소울씨어터’. 듣기만 하여도 속초시민이면 누구나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속초에서 태동되어 활동 중인 극단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이름이 주는 울림에 짠한 곡조가 흐르는 것 같음은 필자만의 느낌일까요.
속초연극은 1984년 제1회 강원연극제에 작고하신 이반 작, 신원하 연출의 ‘그날 그날에’ 출품을 시작으로, 2020년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세종문화회관)까지 매년 각종 연극제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게 됩니다.
여기서 무대에 올린 작품을 잠깐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했던 ‘그날 그날에’를 비롯해 ‘모닥불 아침이슬’(윤조병 작, 이수곤 연출), ‘한씨연대기’(황석영 작, 홍현 연출), ‘그대여, 또다시 바다로 가거든’(최재도 작, 장규호 연출), ‘아카시아 흰꽃은 바람에 날리고’(이근상 작, 장규호 연출), ‘택시 드리벌’(장진 작, 장규호 연출) ‘날 보러와요’(김광림 작, 김귀선 연출), ‘붉은 훈장’(최재도 작, 장규호 연출), ‘전설의 달밤’(홍원기 작, 김귀선 연출), ‘선착장에서’(박근형 작, 변유정 연출), ‘삼도봉 미스터리’(김신우 작, 변유정 연출), ‘전명출 평전’(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 ‘카운터 포인트’(고 이반 작, 변유정 연출), ‘만주전선’(박근형 작, 김귀중 연출), ‘고래’(이해성 작, 변유성 연출) 등 무대에 올린 작품 수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수상경력 역시 대상(대통령상) 2회, 금상 6회, 은상 4회, 최우수연기상 2회, 연기상 8회, 무대예술상 2회 등 그 위대한 생명력의 결과 또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3개의 극단과 60명이 채 안 되는 단원들로 40년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만큼 연극문화를 일구어온 연극계 모든 분들께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필자는 연극하면 떠오르는 것이 학창시절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는 연극의 3요소인 배우, 관객, 무대라는 것과 1920년대 동경대 유학생으로 구성된 연극단체인 토월회, 원각사 극장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창극운동, 그리고 일제강점기 신파극이 유입되어 창극은 지방으로 쫓겨나고 그 자리를 신파극이 메웠다는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에 향교 없는 교동이 있는 곳, 조양동 선사유적지와 몇 점의 불교문화유산 이외에는 변변한 문화재나 전통 있는 문화가 없는 곳, 그나마 속초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다고 발굴되어 속초 불축제로 재현되었던, 고을 원님의 부임을 축하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논뫼호의 불꽃놀이 정도가 문화전통의 전부인 곳이 내가 태어나고 앞으로 뼈를 묻어야 할 속초입니다. 또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도문동의 메나리 농요와 속초사자놀이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속초시민들께서 답할 차례입니다.
연극연습과 공연을 다목적 문화예술회관 하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전용 연극무대 즉, 연극 소극장 하나쯤은 마련해줘야 될 때가 온 것 아닌가 생각 합니다.
필자가 현역 공무원시절 연극소극장 마련을 위한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조양감리교회가 신축하여 인근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구 교회에 대한 활용방안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될 때였습니다. 그때 필자는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과장으로서 연극계 관계자와 교회를 현장 방문하여 소극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의견을 내었으나, 주변의 여러 가지 제약요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된 것에 대하여 두고두고 연극계에 마음의 빚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도가 아니라 바람이었습니다. 강원관광엑스포 주제관을 강원도로부터 속초시가 인수하여 관리 운영하는 방안을 타진하는 의사표시가 있었으나, 협의과정에서 관리운영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 예산분담 안이 서로 절충되지 못하고 결렬되어, 결국은 강원도에서 피노키오를 테마로 하는 ‘피노디아’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어느 정도 비용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엑스포 주제관을 인수하여 아이맥스 영화관 등은 소극장으로 하고 기타 부대시설은 연습장과 연극단체 사무실로 활용하였다면 속초연극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그런 기회였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필자는 생각을 합니다. 문화와 전통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시도 시승격 6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속초가 연극도시라는 문화전통 하나쯤은 가져야 되지 않을까요.
관광도시 속초가 연극이라는 문화를 접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리라 생각합니다. 시민의 문화적 갈증과 문화 향유권을 충족시키고, 관광객에게는 관광과 연극이라는 문화를 동시에 충족시키면, 단순히 보고 먹고 하는 관광에서 연극을 상품으로 하는 즐기는 문화관광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극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대면공연과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공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소극장, 스마트 소극장으로 마련한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대전과 당진의 소극장 축제를 부러워하지 않고, 필자가 스페인 여행 시 플라멩고를 추는 배우들의 땀과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그라나다 소극장, 속초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소극장을 기다려봅니다.
이원찬
전 속초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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