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범 전 속초YMCA 사무총장이 지난달 말 공식적으로 YMCA를 떠나 이달부터 고향 마을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김 전 총장의 직업은 이제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의 농민이다.
올해 53세인 김 전 총장은 4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했다. 그는 부친이 연로해 농사를 짓기 힘들어지자 귀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어떤 이들은 고향마을을 떠난 이후 부모 세대가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면 농토를 버려두기도 하지만, 김 전 총장은 고향 백촌리의 농토가 부모님의 정성이 깃든 곳이라 버려두거나 매매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특히, 그의 모친이 20년 전 일찍 세상을 떠난 이후 고향마을에 대한 애정은 더욱 각별해졌고 이런 애틋한 마음이 오늘날 그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
김 전 총장은 재작년부터는 속초YMCA 업무와 농사를 병행했다. 그간 속초YMCA의 중추였으므로 속초YMCA를 떠나는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속초와 고성을 오가며 두 가지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농법을 정립해 가면서 서서히 지금의 자리로 이동해왔다.
■마을 일에 적극 나서=김 전 총장은 공식적으로 이달부터 전업농민이지만 이미 마을과 고성군 농업인 사이에서 중요한 인물로 거듭나고 있다. 경주 김씨 집성촌인 백촌리는 100가구나 사는 큰 동네다. 백촌리 주민으로서 자부심이 큰 김 전 총장은 마을이 잘 되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마을에서는 총무를 맡아 어르신들을 돕는다. 각종 지원 신청을 하려는 어르신들을 위해 문서를 작성해주고 마을의 각종 양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놨다. 김 전 총장은 마을 주민들의 농사를 위해 연도별 자료를 체계화하려고 한다. 가령, 작년 공동 구입한 비료의 양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하면 비료 신청에 착오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 간 갈등이 없도록 마을회칙 변경을 주선했다. 마을 공동재산과 관련해 여러 마을에서 잡음이 이는 것을 보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외지에서 온 귀농인 배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고성 인구가 줄어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일부러 고성을 찾아오신 분들부터 잘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총장은 올해 농업경영인 고성군연합회의 사무국장도 맡았다. 시민운동가로서 전문성을 쌓아 왔기에 연합회에서 그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농사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 2만평이 넘는 땅에서 쌀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많은 이들이 농업의 6차산업화를 얘기하지만 김 전 총장은 1차산업에 공을 들인다. 가공이나 판매에 신경을 쓰다보면 정작 중요한 1차 산물의 생산에 정성을 쏟지 못하고 이윤추구에만 빠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민의 할 일은 좋은 농산물을 재배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공·판매는 농협 등이 맡아서 잘해주길 바란다.
■경작 면적 늘릴 예정=김 전 총장은 손익 계산을 꼼꼼히 하면서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사람을 쓰거나 농기계를 구입하는 데 있어 손익을 먼저 계산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생각이다. 그는 혼자서 농사를 잘 짓는 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이는 장래를 대비하는 것으로 시대가 바뀌었으니 농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마을에서 사람들이 품앗이를 하면서 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품앗이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여러 곳을 다니며 일해야 하기에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절한 기계화와 기술도입을 통해 혼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틀을 갖춰 놓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크게 고생하지 않고 오래도록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시대가 변했으니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도 기존 농민에게서만 정보를 얻을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강원도미래농업교육원 등에서 배우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김 전 총장은 경작면적을 4만평 정도로 늘려 향후에도 계속 쌀농사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환경 친화적인 농사법을 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김 전 총장은 인터뷰를 마칠 즈음 전 직장인 속초YMCA에 애정을 드러내며 여러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가 속초YMCA에서 일하면서 청소년과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일한 것에 보람이 큽니다. 당시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기에 속초시와 속초시의원님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 원활하게 잘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김원범 전 속초YMCA 사무총장.
속초YMCA 사무총장 시절의 김원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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