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① 강원 고성, 노령화지수 최고 …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고령사회 가속화로 나타나는 현상과
노인복지 실태
③ 원주시 노인생협 공동체를 찾아
④ 독거노인 생활공동체로 외로움을 달래고
고독사 예방
⑤ 노인들의 손맛으로 일궈 낸 마을기업,
일본의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⑥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로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삶 영위
⑦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 방안
통계청은 앞으로 10년 뒤인 2025년,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115년이 걸렸고, 미국은 71년, 독일은 40년, 가까운 일본은 24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가 도래한 후 19년만인 2019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후 초고령사회 단계로 넘어가는데 걸리는 예상시간은 불과 7년. 이 같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원도는 지난 1992년 고령화사회, 2008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15년말 기준 고령인구비율이 17.2%로 오는 2020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전국의 고령화격차보다 5년이 빠른 상황이다.
도내에서는 고성군이 전국 평균보다 15년, 도내 평균보다 10년 빠른 지난 2010년에 인구 3만615명 가운데 노인인구(65세 이상) 6,246명(고령화비율 20.4%)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양양군은 고성군보다 1년 빠른 지난 2009년에 초고령사회에 들어갔다. 당시 인구 2만8,196명 가운데 노인인구 5,730명으로 고령인구비율이 20.3%를 차지했다. 속초시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고령사회에 지난 2013년(14.2%) 진입했고, 매년 0.5~0.6%포인트 이상씩 초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노인복지시설 급속히 증가
급속한 고령화는 혼자 사는 노인 인구와 노인복지시설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15년말 기준으로 고성군의 고령인구 중 홀로노인은 2,204명으로, 전체 인구의 7.3%, 노인인구의 31.5%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3명꼴로 홀로 살고 있는 셈이다.
양양군은 홀로노인이 1,580명으로, 전체 인구의 5.7%, 노인인구의 22.8%다. 속초시는 홀로노인이 4,068명으로 전체 인구의 5%, 노인인구의 32.3%를 차지하고 있다.
박준길 고성연화마을 건봉사노인요양원장은 “고성 관내 노인요양시설 입소 또는 이용자는 보통 정원의 80% 수준이며 이중 가족이 전혀 없는 홀로노인이 약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를 적용하면, 고성 관내 노인요양시설의 정원 400명 중 80%인 320명의 노인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이중 160명이 홀로노인인 셈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복지시설도 늘고 있다. 고성에서는 지난 2003년 토성면 용촌에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이 노인요양시설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는 노인인구비율이 14.6%로 첫 고령사회로 진입하던 시기다.
현재는 고성소망노인요양원, 고성연화마을 등 노인의료복지시설 5개소, 재가노인복지시설 3개소, 재가장기요양기관 7개소 등 14개소의 노인복지시설(노인복지관 등 노인여가복지시설 제외)이 운영되고 있다.
양양군도 노인의료복지시설 6개소와 재가노인복지시설 4개소 등 총 10개소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
고성과 양양에 비해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속초시는 노인의료복지시설 14개소와 재가노인복지시설 7개소, 재가장기요양기관 19개소 등 40개소의 노인복지시설이 운영 중이다.
설악권에는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은 한 곳도 없다.
1990년대만 해도 이렇다 할 노인복지시설이 없던 설악권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 종교단체에서 법인을 세우고 노인복지 요양시설(요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장기요양제도 시행 이후 2010년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 없이 단순 신고로 비교적 설치가 쉬운 민간시설인 재가장기요양기관(방문요양센터)이 급속히 늘어 났다.
장기요양기관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자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자 중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요양사를 파견해 목욕, 간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성수 경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15년 한국노인복지학회 정책세미나에서 장기요양시설 양적 확대 등으로 말미암은 과당 경쟁, 불법행위, 서비스 품질 격차, 열악한 근로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됐었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우리 사회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한성수 교수는 “과거에는 가족공동체, 마을공동체가 있어 노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두 공동체가 무너진 뒤 이에 대한 국가적인 대비가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노인여가복지시설 이용 어려워
노인 인구의 증가는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노인세대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보호의 대상’이 아닌 이제는 ‘행위의 주체’로,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 경제적 취약 계층(독거노인)의 생활안정 및 각종 질환에 따른 병·의원비 지원,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한 여가활동 공간 조성과 프로그램 운영 등 노인세대를 위한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자체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공익활동형사업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추첨을 통해 기다려야하고, 급여도 낮아 생계유지를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독사 등으로 세상을 뜨는 노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인력부족 등으로 체계적인 관리도 어려운 처지다.
노인들의 여가선용 공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구가 대도시처럼 집약화 돼 있지 않고 넓게 분포돼 있는 군 단위의 지자체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성군에는 군청소재지인 간성읍에 있는 고성군노인복지관이 유일한 노인여가복지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교양 및 학습프로그램, 취미 및 여가프로그램, 건강증진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연인원 1만4,255명의 노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1일 최대 이용 인원은 353명으로 대부분 간성지역 노인들이다. 인근 거진과 현내, 죽왕, 토성지역 노인들을 위해 복지관 차량을 간헐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간성 이외의 지역에서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은 극히 드물다.
예산과 인력부족 등으로 노인복지관 차량 또한 마을 곳곳을 다닐 수 없어 국도7호선에서 벗어난 마을의 노인들은 복지관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각 마을별로 있는 경로당 시설을 노인들의 여가선용 공간으로 활용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일부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고성지역의 한 노인복지요양시설에서 노인들이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바깥나들이를 하고 있다.
고성군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이 사교댄스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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