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큰일입니다. 수학여행 철인데도 학생이 한 명도 안보이잖아요. 특히 올해는 설악동을 찾는 수학여행단이 아예 없어요.”
지난 4일 오전 설악동 현지에서 만난 한 업주는 현재 설악동이 처한 현실을 전하며 “봄철에 설악동에 수학여행단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며 “상황이 이러니 언제 영업을 접어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본격적인 수학여행 철인데도 이날 설악동에는 학생들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 단체 관광객들도 보이지 않아 마치 한겨울 관광 비수기 때를 연상케 했다.
설악동 C지구 주차장은 예년 이맘때면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들로 북적였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텅 비어있었다.
숙박업소와 상가들이 밀집돼 있는 119안전센터 주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설악산 진입도로 변 상가들의 경우 일부 업소는 5월인데도 아직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영업 중인 업소들도 이용객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가게 밖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한 업주는 “혹시나 하고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라며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뭔 장사가 되겠나. 오늘도 공치는 날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인근의 숙박업소 또한 이용객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지난해 2월 취재 당시 ‘내부 사정으로 당분간 휴업합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부착했던 숙박업소는 벌써 1년이 지나 본격적인 수학여행 철인데도 여전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지난해 2월 문을 잠시 닫으며 우편물을 배달해줄 집배원들을 위해 ‘집배원 아저씨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던 숙박업소 또한 이날 굳게 문이 닫힌 채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설악동 B지구 또한 한산했으며, 일부 업소들은 아예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봄철에 설악동 숙박업소를 찾은 수학여행단이 3~4개 학급에 불과해 업소들이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올해는 아예 한 학급도 없어, 업소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 회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설악동을 찾는 수학여행단이 감소 추세였지만, 그래도 봄철의 경우 업소당 평균 2~4개 학급은 유치했는데 올해처럼 한 학급도 유치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당장 임대 숙박업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조기 진정되지 않을 경우 관광 비수기에 접어드는 올 겨울에는 영업을 접겠다고 마음먹는 업주들도 있다”고 말했다.
설악동 숙박업소는 수학여행단 감소로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문을 닫는 업소들이 늘기 시작해 현재는 전체 80여 개 숙박업소 중 30여 개가 영업 중이다. 이 가운데 수학여행단을 상대로 영업 중인 업소는 현재 10여 곳이다.
엄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수학여행단과 단체관광객이 없어 고육책으로 속초 시내 공사 근로자들을 상대로 ‘달 방’ 영업에 나섰던 업소들도 최근 수지가 안 맞자 ‘달 방’ 영업을 포기해 지난해 연말 10여 개에 달하던 ‘달 방’ 업소가 현재는 3개로 줄어들었다”며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설악동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본격적인 수학여행철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설악동을 찾는 수학여행단이 전혀 없어 C지구 상가 일대가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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