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는 지난 3월 29일부터 속초시의 문화·행사·생활정보 등 주요 시정소식을 휴대폰 문자로 받아볼 수 있는 속초소식 문자알림서비스로 ‘속초래(來)요’를 실시하고 있다. 속초시는 ‘속초래(來)요’라는 명칭은 ‘속초’와 강원도 사투리인 ‘래요’의 합성어이자 앞으로 다가올(來) 소식을 알려준다는 의미를 담은 뜻이라고 했다.
이 명칭은 속초시가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속초시 공식 SNS계정을 통해 네이밍이벤트를 진행해 선정했다. 이벤트에서 속초시는 △속‘초롱’뉴스 △ 속초래(來)요 △ 생생속초 △ 손안에 ‘쏙’초 등 4개의 명칭을 제시하고 이벤트를 진행해 총 1,523명의 참여자 중 53.7%인 818명이 ‘속초래(來)요’를 선정했다.
‘속초래(來)요’라는 명칭을 선택한 응모자들은 ‘래요’라는 말이 강원도 사투리로 정감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참여자를 속초지역 거주자로 한정지은 것이 아니기에 타 지역 거주자 의견도 상당히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작 속초에서 사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속초래요’라는 명칭에 대해 SNS를 통해 의견을 모아 보았다.
‘속초래요’는 강릉 사투리?
“속초의 말씨가 아니라 강릉의 말씨 같다”, “강릉을 포함해 아랫지방 사투리로 들린다”, “속초에서 태어났지만 ‘래요’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속초말이 아니지요. 강릉말씨일 거라 생각합니다”, “강릉사투리를 왜 속초에서 쓰느냐고 시청에 항의했는데 SNS 투표결과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속초사투리라고 하기엔 많이 어색해요. 강릉사투리 같은 느낌이 들어요”, “(드)래요는 말은 영월 평창 정선쪽과 가깝지요”, “여는 강릉이래요라고 쓰는 말이다”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물론 충분한 여론을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은 ‘-래요’라는 말을 강릉말로 인식하고 있다. 속초 지역도 다양한 말들이 섞여 있고, ‘-래요’로 끝나는 말을 사용하는 속초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속초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에게 강원도 사투리라고 하는 ‘-래요’라는 말은 그리 익숙하지 않다.
‘-래요’는 표준어 사전에는 ‘-라고 해요’가 줄어든 말로 나온다. 구어체로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을 옮겨 전하는 간접화법의 말이라고 한다. 특별히 ‘우리말샘’에는 강원도 방언으로 ‘-래요’가 나온다. “여기가 시청이래요? 아니래요.”라는 말은 “여기가 시청이에요? 아니에요”라는 뜻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2005년부터 강원도에서 사용한 ‘강원도래요’
2005년 8월에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웰컴투 동막골”은 강원도 사투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영화는 평창군 미탄면에서 촬영하였고, 마을사람들은 강원도 사투리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영화에는 “여가 우리 부락 동막골이래요”라고 나온다. 영화를 계기로 강원도는 2005년 10월 울산에서 열린 전국체전 강원도 홍보관에 “여~가 강원도래요”라고 홍보표지판을 내붙였다. “여기가 강원도입니다”를 강원도 사투리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2010년 12월 강원도청 공식블로그가 “GoGo씽 강원도來YO!”라는 명칭으로 개설되어 ‘강원도래요’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후부터 강원도를 홍보하는 SNS에서는 #강원도래요 헤시태그가 다수 사용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래요’는 말이 강원도 대표 사투리로 쓰이기 시작했다. “어서 오유야, 강릉이래요”는 물론이고, “산나물은 삼척이래요”, “내고향은 야양(양양)이래요”라는 말도 나왔다.
이렇게 ‘-래요’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사투리로 인정받아왔다. 잘못된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강원도 음식이 최고드래요”, “강원도, 어디까지 가봤드래요”, “한지가 좋드래요(원주)”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4월 강릉지역에서 강릉 주민 10인의 글을 모아 ‘강릉이래요’라는 책을 펴냈다. 어느 언론에서는 책 제목 ‘강릉이래요’는 강릉사람의 자기정체성의 표현으로 소개하였다.
학계에서는 같은 강원도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말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다. 강원도 영동과 영서가 다르고, 영동방언도 다시 강릉방언, 영동서남부방언, 영북방언으로 나뉜다. 속초말은 양양과 고성지역에서 쓰는 영북방언에 속하며, 강릉말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특히 억양과 말투는 상당히 다르다.
강원도 사투리라는 ‘-래요’는 엄밀히 말하면 강릉을 포함한 강원 영동 남부지역의 방언이 맞다. ‘-래요’라는 말은 강릉과 영동서남부에서는 많이 쓰는 말이지만, 영서나 영북지방에서는 흔히 쓰는 말은 아니다. 특히 ‘-래요’는 강릉말 고유의 억양과 말투가 함께 배어있다. 그래서 ‘속초래요’라는 말은 속초사람들에게도 대단히 어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강원도래요’는 강원도 행정이 사용하면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말(사투리)이 되었다. 지역 사투리가 그 지역사람들의 자기정체성의 표현이라고 하는데, 과연 속초에서는 크게 쓰지 않는 사투리가 들어간 ‘속초래요’라는 표현을 행정에서 쓸 수 있을까? 행정이 나서서 쓰는 말은 사실과는 관계없이 이미 공식화되고 만다. ‘속초래요’라는 표현이 속초시민 행정서비스로 적합한 말인지 다시 검토해야만 한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강원도청 블로그에 올라온 “강원도래요”라는 말.
속초시가 네이밍이벤트에서 제시한 ‘속초래요’.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