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 나니 사마귀처럼 몽우리가 나오더니 금세 이만큼 컸어요. 멀쩡한 데서 버섯이 나오는 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죠. 수시로 들여다보고 물을 주고, 자다가도 일어나 물을 줘요.”
속초시 교동에 사는 강청자(77) 할머니는 요즘 버섯 키우는 재미에 코로나19로 인한 적적함을 덜고 있다. 지난 25일 찾아간 강 할머니 집의 거실 한 쪽에는 다 자란 버섯들이 배지를 촘촘히 덮고 있었다. 이웃인 이진향 할머니가 가져온 배지에도 버섯들이 서로 경쟁하듯 돋아나 있었다.
“할머니 집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못해 몹시 허전해 하셨어요. 버섯을 키우면서 허전함이 줄었다고 해요.” 이날 동행한 교동주민센터 장유진 주무관은 전날에도 강 할머니 집을 찾아 버섯 상태를 살피고 사진에 담았다.
이날 강 할머니는 배지 한 개에서 20개에 이르는 버섯을 수확(?)했다. 지난 17일 교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동위원장 권순길, 이승우 동장)가 나눠준 버섯배지에 물을 주고 키운 지 열흘도 채 안 돼 버섯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진행 중인 ‘교동 쑥쑥! 쏙쏙! 사업’이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을 못하고 있는 노인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으로 무기력감과 우울증이 심해짐에 따라 소일거리로 버섯 재배를 통해 이를 완화하고자 ‘교동 똑똑똑 두드림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게 된 사업이다. ‘쑥쑥 자라나는 버섯을 쏙쏙 뽑아 직접 요리하면서 건강도 쑥쑥 자라나고 우울증도 쏙쏙 뽑아 없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정에서 콩나물을 키우는 ‘교동 콩!콩!콩! 나누기’ 사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협의체는 관내 독거노인 100명과 경로당 50곳에 버섯배지와 물받침대를 배부했다. 버섯키트는 이영진 환동해수산 대표가 후원해준 기금으로 마련했다. 버섯 종류는 송이버섯 향이 나는 표고버섯이라는 ‘송고버섯’이다.
버섯 키우기도 손쉽다. 배지를 하루쯤 물에 담가놓았다가 그늘에 세워두고 매일 2회 충분히 물을 주면서 중간 중간 솎아주고 다 자라면 손으로 따면 된다. 같은 과정을 거쳐 2~3회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권순길 협의체 공동위원장은 “버섯재배가 코로나블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정서적 백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교동주민센터 동장은 “고령화와 1인 세대 증가에 따른 교동만의 지역특성에 기반한 안전망이 필요한데, ‘쑥쑥! 쏙쏙! 사업’은 그 수단”이라며 “지역주민이 지역주민을 돌보고 지키는 ‘교동 똑똑똑사업’이 주민들의 자생력으로 계속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교동은 고령화시대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과 우울감 해소를 위해 ‘똑똑똑 두드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체 위원들과 개인이 봉사단을 구성해 중앙교회와 연계해 독거노인 60가구에 1주일에 1회씩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각종 지원활동을 펼치며 노인들의 안위를 살피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강청자 할머니가 지난 20일 분무기로 버섯에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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