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다는 것 – 권정우
소년원 담장 옆에
깨진 소주병
소주병도 버려지니
아무한테나 날을 세우는구나
필자가 가장 즐겨 보고, 채널을 고정하는 스포츠 관련 TV 프로그램은 배구 중계였다. 남자배구 시합은 강력한 스파이크와 서브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고, 여자배구는 주고받는 아기자기한 랠리가 시청의 백미였다. 그런데 최근 생방송으로, 또는 재방송으로 중계되는 배구시합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는 횟수가 늘었다. 국가 대표선수로 활약하던 주요 포지션 두 명이 학교폭력 미투 사건으로 빠진 공백이 너무 커 대표 팀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강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래전의 잘못이 자신들의 찬란해야 할 내일을 긴 어둠속으로 끌어내리는 사슬이 되었고, 결국은 대표팀과 다른 선수들의 오늘을 무겁게 만드는 족쇄가 되었다. 또한 얼마 전에 종영된 ‘미스 트롯 2’에서 상위에 올랐던 선수가 학창시절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중도하차를 해야 하는 불상사를 지켜봤다. 그 바람에 예선 탈락했던 다른 가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그 모든 일이 지옥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그래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던가?
최근에는 영유아 학대 사고와 사망 사고에 관한 기사들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 사건의 전말을 보면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못한 젊은 친구들이 주로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한 마디로 ‘부모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 사는 세상에 그만큼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프로파일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가 그 가해자들이 어렸을 때는 아동 학대의 피해자였다는 점이다.
소주병은 소주를 담을 수 있는 원형으로 보존되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 것이 어떤 이유로든 세상에 던져져 깨지면 흉물이 되거나 흉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 깨진 소주병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날을 세우면 뜻하지 않게 다른 이의 손에서 피를 흘리게 만들고, 언젠가는 자신의 발꿈치를 찔러 행복해야 할 내일을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 – 김정원
수직은
곧장 수평이 된다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비는 빗방울로 떨어질 때는 혼자이며 수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땅에 떨어지는 순간, 수평의 자리에서 다른 빗방울과 어우러져 흘러간다. 내를 이루고, 강을 만들고, 마침내 넓은 바다를 이룬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이치도 비슷하지 않을까? 올 때는 혼자이지만, 사는 동안에는 결코 혼자일 수가 없다. 옆의 누군가와 손잡고 흘러가지 않으면 강이 될 수도, 바다에 이를 수도 없다. 지금 내가 하는 말 한 마디가, 무심코 내딛는 발걸음이 깨진 소주병의 날 선 모서리가 되지 않기를! 그리하여 손잡고 같이 흘러가는 저 강물 속의 한 방울 물이 되기를!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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