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도학초등학교 신현미(사진) 영양교사는 올해부터 2년 임기의 강원도영양교사회장을 맡았다. 강원도영양교사회는 대한영양사협회의 분과로 영양교사의 권익증진뿐만 아니라 급식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신현미 교사는 1992년 식품위생직 공무원으로 임용됐고 2007년부터는 영양교사로 재직하는 등 학교급식 현장에서 30년째를 맞은 베테랑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학교 현장과 시민사회에서 학교급식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경주해왔다. ‘식생활교육속초네트워크’에도 관여해 몇 해 전에는 농민과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에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신 회장은 영양교사로서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나를 만드는 것은 내가 먹는 것에 달렸다”면서 “급식은 교육의 일환이며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먹는 게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정신도 건강하다”면서 교육에 있어 급식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급식은 식자재의 생산과 유통, 조리, 음식물쓰레기 처리 등등의 과정에서 교육적인 소재들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대상이자 주체인 아이들의 성장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급식이 전면적으로 실시되지 않던 예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요즘 아이들의 신체 성장이 더 좋다.
신 회장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급식과 식생활 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학부모들의 요구가 때로는 교육과는 상반돼 난감할 때가 있다”고 했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주길 바라고 어떤 학부모는 급식량을 늘리길 원하며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급식이 싱겁다면서 항의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부모들의 요구가 이해되지만, 과연 그러한 요구들이 바람직하고 교육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만 주다 보면 영양 불균형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급식의 염도를 높이는 것도 학생들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 또한 배식량을 무작정 늘리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나 지구환경에 좋지 못하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급식의 질이 좋아질 수 있기에 질보다 양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실험적인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비건 식단’은 그중 하나이다. 도영양교사회는 ‘비건 식단’ 도입을 위해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건’은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베지테리언’과 구별되는 것으로 비건은 달걀과 우유, 치즈 등 동물에서 비롯된 음식을 일절 섭취하지 않는 이들이다. ‘비건 식단’은 아직 몇몇 학교 현장에서 실험적인 수준이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신 회장은 “‘비건 식단’은 가정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식단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원성을 알려주는 교육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더욱 바람직한 급식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신 회장에 따르면 현재 학교급식은 구조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영양교사 1인의 역량에 의해 학교급식의 질이 좌우된다.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특수성을 띠는 데다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농민, 유통업자와도 관련된 일이라 영양교사 1인이 온전히 감당하기엔 벅찬 일이다. 만약 영양교사의 경험이 부족하면 급식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과 민원 속에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워진다. 신 회장은 “급식에 문제가 생기면 교사와 교장, 학생과 학부모 등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기에 학교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급식 시스템을 만들어 학교급식이 상향 표준화되는 것을 지향하겠다”면서 “앞으로 이를 위해 여러 사람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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