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금성 정상의 설악 케이블카의 설치 전의 옛길을 지금은 찾기 어렵다. 긴 시간 사람의 발자국이 닿지 않았기에 그 등산로는 자연 식물들과 나무들로 덮인지 오래다. 만약 케이블카가 없었다면 권금성 등산로는 더욱 황폐화된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 자명하다.
서울 도시 외곽순환도로는 경인지역의 교통 분산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 도로가 개통되지 않았다면 서울 도심은 엄청난 교통 체증 속에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 도로는 사패산 터널 건설 당시 한 비구니 스님의 단식투쟁으로 3년여 공사가 중단되었고 명분은 ‘도룡농 보호’였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현재 도룡농 서식지는 더욱 안전하고, 번성되어 있다고 한다.(2,600억원 이상의 추가공사비 및 손실이 초래되었다.)
중국 장가계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명산에는 어김없이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황산의 경우는 동서남북으로 케이블카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이익 추구를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욱 챙긴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등의 사회주의 국가까지 보편화된 지 이미 오래다. 하물며 정상에선 별로 볼 것도 없는 홍콩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끊임없이 관광객으로부터 수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인위적인 조형물로 볼거리를 창출해 주민소득에 기여하는 일본의 모습은 그저 경이롭고 놀라울 정도다. 이러한 곳들의 불변의 공통점은 사람이 다니던 길들이 식물과 나무로 덮어지고 동물들의 생태적 환경 또한 잘 보존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오색 케이블카는 어떤가? 필자의 소견으로는, 행정처의 요구와 판단이 한마디로, 도무지 이해 불가다.
과연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자연 생태계를 파괴할까? 아니다!
과연 오색 케이블카 설치로 지역 주민의 삶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 분명히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공존이 도모되는 사업인가? 그렇다!
그럼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이 간단한 명제가 왜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할까?
예컨대 자연이 오히려 궁극적으로 보호되는 케이블카 설치가, 현실적으로 난무하고 있는 태양광시설의 현주소와 비교할 때 그리도 국민의 삶에 피해를 주겠는가? 기실 주민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만 있다면 국가가 앞장서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온당치 않은가? “산양에 GPS를 달아라”는 식의 처분을 이해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차라리 속 시원히 원주지방환경청의 불가 행정의 속사정과 진실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떳떳한 행정이라고 생각됨은 필자 한사람의 판단만이 결코 아니다.
예측컨대 양양 오색케이블카는 사필귀정 반드시 설치될 것이라 확신한다. 역사나 삶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것. 때 이르러 공개될 과정과 이면사에 한 줌 부끄럼 없는 당위성을 가지려면 원주지방환경청의 현실과 진실, 군민의 염원과 열망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납득가능한 해명과 건설적 조치가 필요하다. 20년 이상의 군민의 외침을 더 이상 이해 불가의 수사로 조롱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이러함에도 원주지방환경청이 계속 ‘부동의’ 한다면 차라리 전 세계 명승지 케이블카가 가져온 자연환경파괴, 생태계 교란의 증거를 국민과 지역사회에 제시하는 것이 옳다.
지방자치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양양과 고성군은 10%대 재정자립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주지하자.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이고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고, 설치된다는 현실적 사안 앞에 양양군에도 바람이 있다. 자연보호의 절대적 가치가 불변되는 전제 조건 위에, 향후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제 경제적 소득이 한 개인, 한 기업, 한 조직 단체의 이익으로만 편중되지 않고 군민전체의 소득 향상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반드시 기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지만 긴 시간 각고의 노력, 열망과 고초 속에서 이 일의 성취를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절대 선(善)의 행정 가치를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비단 양양군민들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속초, 고성 우리 모두의 일이며 환동해권 모두의 당면 과제다. 필자가 서울에서 출향 군민회 활동을 할 때 양양, 속초, 고성의 회장단이 정기적으로 모여 우리 고향 지역의 현안에 대한 토의와 문제점 해결을 도모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양양, 속초, 고성은 기본적으로 태생적 동질감이 엄연히 존재하고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이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금의 현안, 설악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하여 일체된 목소리와 단결, 협조가 3개 시군의 시장·군수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에게 절대 요구됨은 이 시대, 이 시점 우리 모두의 현실적 소망이므로 마음과 행동의 일치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 여기에 재향이든 출향이든 구분은 있을 수 없다. 앞서 얘기한 3개 시군의 태생적 동질감은 이런 중차대한 현안에 공동보조를 맞추고 한 목소리, 통일된 행동을 통해 상생을 추구함에 본질이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러한 공동 번영의 의식은 자연스레 통합의 지름길로 이끌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지승연
전 재경고성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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