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문제는 무엇인가?
버나드 쇼는 《인간과 초인》에서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자기 마음의 욕망대로 하지 못함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듯이 욕망은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주어진 사회적 가치는 한정되어 있다. 제한된 희소가치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경쟁과 갈등이 발생하고, 그 결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욕망은 인간 생활에 있어서 필요악이다. 인간의 본능적 욕망인 지식욕, 권력욕, 명예욕, 애욕, 물욕 같은 소유욕은 억제·조절·절제하지 않으면 무한대로 간다. 아무리 채워도 다 채우지 못한 바다와 같고, 나무에 매달린 가지와 같아서 끊임없이 새롭게 자란다. 짐승은 수면욕, 성욕, 식욕 같은 기본 욕구가 채워지면 본능적으로 멈춤이 있지만 인간의 욕망은 그렇지 못하다.
욕망의 문제는 스스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남보다 더 많이 먼저 가지려고 하는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인다’라는 말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나온 말이다. 욕망을 비교하게 되면 끝없는 무한으로 가기 쉽다. 경쟁 그 자체가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이 남보다 뒤처지지 않고 먼저 가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화, 신자유주의는 국경의 장벽을 넘는 무한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각 주체들은 생존을 위해, 최고가 되기 위해서 살벌한 경쟁을 하며 이는 욕망지수를 무한대로 끌어 올린다.
《구약성서》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바벨탑을 연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들이 자신의 명성을 떨치기 위해서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만들지만, 신의 노여움에 의해 결국 탑을 끝까지 쌓지 못한 채 온 세상으로 흩어진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교만과 욕심,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이다. 오늘날 우리의 끝없는 욕망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과학기술 문명이 만들어 낸 엄청난 물질문명이 우리에게 진정 행복을 주고 있는가? 높고 화려한 욕망 뒤에 숨겨진 어두운 현실, 다가올 그림자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신약성서》 <야고보서 1장>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물건만으로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인간의 욕망이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오게 했지만, 빈부격차, 자연환경 파괴 등 수많은 문제를 양산시켜 이제 우리는 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탐욕은 항상 만족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까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무한한 노력 속에서 개인을 탕진시키는 바닥없는 항아리”로 비유하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내용 중, 안셀모는 아내 카밀라의 정조를 확인하기 위해 친구 로타리오로 하여금 그녀를 유혹하게 하여 결국 아내는 유혹에 넘어간다. 그러나 안셀모는 “어리석고 무모한 욕망이 내 삶을 앗아 가는구나. (…) 결국 나 스스로 불명예를 자초했으니”라고 하면서 죽어갔다. 무모한 욕망이 가져온 결말의 한 단면이다.
어떻게 지나친 욕망을 다스릴 것인가?
이제 자신이 추구해 오던 욕망의 문에서 끝없이 나아가야 하는지, ‘조금 더’ 소유하려는 끝없는 욕망이 과연 행복을 주는지, 욕망만 추구하는 인생이 과연 진정한 희망인지, 나는 탐욕의 늪에 빠져 있지 않은지,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지나온 길과 주변을 찬찬하게 곰곰이 돌아보았으면 한다. 욕망의 늪,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고, 오히려 뒤로 물러나는 것도 진정한 용기일 수 있다. 이기기 위한 가위·바위·보 게임, 치킨 게임 등 한쪽이 이기거나 지거나 심지어 공멸할 수 있는 게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 않은지, 서로가 손을 잡고 함께 상생하면서 승리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손무의 《손자병법》에 ”승산이 없으면 싸우지 않는다“고 한 것은 포기하라는 것이 아닌 무리하지 말고 때가 아니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는 유연한 전략적 사고를 말한다. 《초한지》의 항우와 천하를 다투었던 유방도, 《삼국지》의 조조도 역시 그렇다. 경영 파탄의 많은 부분이 물러설 때를 그르쳐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계속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기대로 점점 수렁으로 빠지게 되고 막대한 적자를 부담하게 된다. 너무 강하면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 때로는 과감하게 물러서거나 굽히는 유연한 삶을 살아야 한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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