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고사를 치른 날이면 아버지 어머니는
반에서 몇 등, 전교에서 몇 등을 묻지 않으셨다.
‘평균 몇 점’…이나셨다.
어머니는 시집 올 때 은반지며 도끼털 배자를
전당포에 몇 번이나 맡겼다 찾아오시며 집을 지켰다.
아버지도 바다에 목숨을 맡겼다 찾아오시며
재탕 삼탕 명태 대가리 우린 국물로
햇보리나 봄꽁치를 기다리던 봄날이 있었다.
기말고사를 치른 날에도 아버지 어머니는
반에서 몇 등, 전교에서 몇 등을 묻지 않으셨다.
‘평균 몇 점’…이나셨다.
등수보다 평균을 물었던 것은 아마
저기 저 한 줄 수평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생애도 파도 같아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 마다 힘을 낸 것도
한 줄 신기루 같은 수평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평선을 풀고 감고, 감고 푸는 저기 저 바다처럼
자신들의 하루하루를 풀고 감아온 두 사람
두 사람이 수평선이다.
박대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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