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읍 거진등대 인근에 거주하는 이영숙(사진) 씨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 씨는 올해 일흔으로 고성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이다. 2005년, 50대 중반부터 간병인 일을 시작해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보호사로서 계속 일해오고 있다.
고성노인복지센터에 따르면 이 씨는 올해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요양보호사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병세가 심각한 고령의 노인 환자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씨는 보통 아침에 7시 30분이면 집을 나서서 일을 시작해 오후 3시 30분까지 일한다.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저녁까지, 토요일에는 2시간씩 일하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바쁜 삶을 살아간다.
이 씨가 요양보호사로서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데다 자식들도 수도권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어 이 씨는 일하지 않아도 혼자서 살기엔 경제적 상황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씨가 바쁜 삶을 이어가는 것은 요양보호사로서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숙 요양보호사는 쉰이 될 때까지 어부의 아내로서 바닷가에서 그물 손질 같은 일을 하면서 바다 앞에서 살아왔다. 이 씨의 남편은 이 씨가 쉰 살일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남편과 사별 후에도 한동안 바다 앞을 떠나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을 못 하고 그물을 만지며 살았다. 그 당시 남편을 잃은 사실이 부끄러워서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씨는 54세일 때 당시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간병인 교육을 받으면서 삶이 바뀌었다.
교육 후 가정을 방문해 만난 환자들은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이 씨는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돌봤다. 환자들을 간병하다보면 인분이 몸에 튀는 일이 일상이어서 옷을 두 벌씩 가지고 다녔다. 어르신들의 임종을 지키거나 보호자들이 오기까지 장례식장에서 상주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때 사고로 팔을 다쳐서 두 달 동안 치료를 위해 쉬었을 뿐,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을 16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다.
“환자들이 화를 내지 않으면 방 안이 지저분해도, 인분이나 소변이 튀어도 괜찮아요. 어떤 환자는 예민하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말을 잘 들어드리면 나중에 저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주시지요. 그런 변화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씨는 일의 특성상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차가 없어 걷거나 버스를 타는 일이 많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 아는 사람을 마주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원래 차멀미가 심했지만,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난 후 버스를 자주 타다 보니 차멀미를 하지 않게 됐어요.”
이영숙 요양보호사는 이제 일흔인 데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크지만, 앞으로도 일을 그만둘 마음이 없다고 한다. 고성노인복지센터가 원하는 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요양보호사란 직업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마음이 부자예요. 이번에 제가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게 된 것은 고성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해 노고가 큰 요양보호사들을 대신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천사처럼 헌신하는 요양보호사들과 고성노인복지센터의 여건이 정부와 군의 배려로 좀 더 좋아진다면 좋겠습니다.”
고성노인복지센터에 따르면 현재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요양보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때 이영숙 요양보호사처럼 꾸준히 장기간에 걸쳐,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마저 마다하지 않고 돌보는 이의 사회적 가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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