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이 죽왕면 오봉리 왕곡마을에서 목조건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흰개미 방충사업을 8월까지 추진한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35호로 지정된 왕곡마을은 주택이 북방식 전통가옥 형태로 수년 전부터 흰개미들이 몇몇 목조주택 내부에 대량으로 나타나 피해를 주고 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20여 년 전 집을 새로 지었는데 당시에는 이런 피해가 없었는데, “5~6년 전쯤 흰개미들이 많이 나타났다”며 “당시 방충 작업을 한 후 잠잠해졌는데 최근 다시 흰개미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했다. 이 주민은 또 “마을에서 근래에 지어진 건물들을 제외하면 적지 않은 목조주택이 흰개미 피해에 노출된 것 같다”면서 “한 주택은 대들보가 다 상해 현재 수리 중”이라고 했다.
강원도 문화재돌봄사업단이 작년에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 왕곡마을 목조건물 5채에서 흰개미 피해가 확인됐다. 군은 문화재청 예산 등 사업비 1억원으로 흰개미 발생 가옥 5개소를 대상으로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고, 문화재청에 설계승인을 받은 후 8월 중 방충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군은 흰개미 군체 제거시스템을 연내에 설치하고 향후 1년간 관찰해 흰개미 발생 여부를 지속 관리하게 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해 흰개미에 의한 목조문화재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흰개미는 기온이 상승하면 활발하게 활동하며 기존에는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많은 편이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산림의 밀도가 높은 지역이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큰 편이라 온난화가 악화되면 산림 밀집 지역인 강원도에서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하는 흰개미의 종류는 하나였으나 최근 토착화한 외래의 아종까지 합쳐 4종이 관찰되고 있다.
흰개미는 진화적인 분류상 개미보다 바퀴벌레에 가까운 곤충으로 1,900여 종 대부분이 열대지방에 분포한다. 건강한 나무에 해를 가하지는 않으나 죽은 나무를 갉아 먹어 목재의 셀룰로스를 영양분으로 활용하는 특성을 가지며 번식기에 수컷 흰개미는 검은색을 띠고 수천 마리씩 쏟아져 나와서 활동한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왕곡마을의 한 목조주택에 나온 흰개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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