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개최된 거진등대공원 관광휴양단지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사업 시행사의 소통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고성군과 사업 시행사인 ㈜클럽화진포의 공동 주관으로 거진등대공원 농어촌 관광휴양단지 조성사업 주민설명회(2차)가 이날 거진읍 고성군수협 회의실에서 열렸다. 거진 어민들을 주 대상으로 열린 설명회에는 송근식 고성군 수산업협동조합장과 황동수 거진어촌계장을 비롯한 어업인들과 지역주민, 고성군의회 함형완 의장, 송흥복 부의장, 김일용·김형실 군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사업설명에 나선 ㈜클럽화진포의 함동길 부대표는 인제, 양양 등 인근 지역에 관광시설이 유치된 상황을 환기하면서 “고성의 발전을 위해 관광사업의 유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함 부대표는 사업 계획과 파급효과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주민들과 협의해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송근식 고성수협장은 찬성 태도를 나타내면서도 최근에 어민에 대한 별도의 설명회 없이 군과 시행사 간에 MOU 체결이 추진됐던 사실에 유감을 표하며 “이전에 거진에서 추진되다가 중단된 사업들을 보면 걱정된다”고 했다. 송 수협장은 또 “부산, 울진, 남해 등에서 추진되는 해안 골프장으로 인해 법정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골프장 농약 사용 △골프공으로 인한 주민 상해 △공사 시 토사 유출 등의 문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어민은 “지금까지 사업 추진에 대한 시행사의 홍보가 부족했다”면서 “시행사가 군수와 군의회 의장은 찾아가면서 왜 어민은 만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한 주민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과연 지역이 부유해지겠냐”면서 “충주, 청주 등 골프장이 들어선 지역에 가보면 골프장 방문자들이 골프만 치고 지역을 벗어나 인근 동네가 폐허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나오라고 해서 나왔다”고 밝힌 한 어민 역시 사업 추진 시 주민들에게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비판하며, “어판장 공사도 간담회를 수십 번 개최한다. 이 사업도 간담회를 여러 번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사업이 잘될 것”이라고 했다.
한 지역주민은 “사업 계획 자료에 비밀스러운 내용이 없으니 주민들에게 나눠달라”고 요구하면서, “18홀 골프장에 1일 320명 정도가 들어오기에 골프장만으로는 방문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장 말고 다른 시설 조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명회에서는 시행사뿐만 아니라 군의 홍보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거진에서 한 어민 단체의 장을 맡고 있다고 밝힌 어민은 “문자 한 통 날아와서 설명회에 참석해달라고 하면 이 사업 추진과 관련해 내가 다른 어민들에게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냐”면서 “군이 앞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게 되면 사전에 충분히 홍보해달라”고 했다.
이런 주민 의견에 대해 ㈜클럽화진포의 함동길 부대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성군에 설명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군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고 해서 설명회가 늦어졌다”고 했다. 함 부대표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이 어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므로 사업과 관련해 어민들이 의견을 정리해 제공해준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함 부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미숙했다”면서 “설명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겠다”고 공언했고, 사업 관련 자료를 주민들에게 배부할 것을 약속했다.
설명회에서는 잠깐 고성도 터져 나왔다. 한 주민이 시행사 대표의 사업 추진 의지에 의문을 표하며 언성을 높였고 잠시 시행사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설명회 종료 후 한 어민은 “오늘 어민협회장들을 중심으로 참여했는데 이런 식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후 사업을 추진하다 문제가 생기면 각 협회장이 곤란해진다”면서 “어민들을 최대한 많이 모은 후 다시 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거진등대공원 농어촌 관광휴양단지 조성사업’은 거진읍 등대공원 일원 100만㎡(약 33만평) 부지에 약 1,210억원을 투자해 대중제 골프장(18홀), 콘도미니엄(200실), 어업 전시·체험관 및 판매장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으로 군은 이 사업이 관광 랜드마크 확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성군과 사업 시행사는 지난 6월 중순 거진읍의 고성군 문화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27일 거진읍 고성군수협에서 열린 거진등대공원 관광단지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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