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식자재(농수산물) 조달 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입찰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농민과 농축협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사병 부실 급식 논란이 발생한 후 군대 식자재 조달 방식을 입찰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군부대 부실 급식 논란이 농민에게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농민과 농축협 등은 군대 농수산물 조달 방식이 수의계약에서 입찰로 변경되면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나아가 좋지 않은 식자재로 군 장병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병들의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진 후 국방부는 지난달 초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가칭 MaT) 단계적 도입으로 식단편성·입찰·계약·정산 체계 구축 △영양사 채용 확대 △민간 조리인력 시범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농·축·수산물 조달체계 개선 △장병 선호제품 제공 △조리병 중심의 군 급식 인력구조와 낙후된 급식 시설의 개선 등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발표에서 기존의 식자재 군납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국내 약 1천여 개의 농축수협 중 식자재를 군납하는 농축수협은 90여 개에 불과하며, 해당 농축수협이 1년 단위 수의계약을 하지만 조합의 변경 없이 납품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군 급식이 공급자 위주의 조달체계로 장병들의 선호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도입을 통해 농·축·수산물 조달을 다수 공급자가 참여하는 경쟁체계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군인 부실 급식은 군부대 관리 잘못 탓”
이에 대해 도내에서는 접경지역 농민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성에서는 지난 6일 고성군 관계자와 농협, 군납 농가 대표 등 8명이 모여 군 급식 조달시스템 전환 발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군납 농가 7명, 농협 2명, 축협 2명, 행정 2명이 참석해 ‘군납 조달체계 전환 반대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장에는 황광혁 화진포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선출됐고 부회장 2명, 간사 3명 등 총 6명으로 임원진을 구성했다. 추진위는 향후 전 회원이 참여하는 반대 추진위원회 개최, 반대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해 국방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황광혁 반대 추진위 대표는 “군납을 입찰로 변경하면 저가의 수입 농수산물이 대한민국 군인의 밥상을 장악해 장병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장병들이 먹어야 할 농산물이 시장에 풀리게 돼 하루아침에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현재 고성에서는 50여 농가가 농협과 계약을 맺고 군납을 하고 있고 이 농민들은 군납을 위해 대파 까는 기계 같은 설비도 마련했는데 입찰로 전환되면 농산물의 판로가 막힐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또 “군부대 부실 급식 문제는 농민이 납품을 잘못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군부대가 관리를 잘못해서 생긴 일인데 이에 따른 정책 변경으로 왜 농민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대대급 부대 시범운영 통해 대책 보완”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사병들이 식사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내는 사항은 양이 적다는 것인데 현재 사병들의 한 끼 식비는 2,900원 정도로 이런 예산으로는 현재의 군납 방식에 맞춰 병사들이 원하는 식단을 제공하긴 힘들다”면서 “앞으로 1인당 식비를 하루 만 원 이상으로 올리고 식자재 조달 방식을 입찰로 바꿔 병사들이 원하는 식자재를 더 많이 확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식자재 군납에 있어 독점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병사들이 선호하지 않은 재료 수급으로 인해 음식물쓰레기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이 관계자는 “경쟁 입찰 도입은 내년에 당장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할 예정이며 식자재 조달 방식을 입찰로 변경해도 기본적으로 국산을 위주로 하고 양뿐만 아니라 질도 고려할 방침”이라면서 “대대급 부대의 시범운영을 통해 대책을 보완하면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23일 고성에서 군납 농가, 농축협 등이 참여해 ‘군납 조달체계 전환 반대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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