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에서 정치 어망 건조장에 관한 어업인과 주민간의 갈등이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십수년간 반복되고 있다. 어망 건조장은 정치망 어업의 필수 시설이지만,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망 건조에 따른 악취 등 환경권 침해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또한 어망에 달라붙은 각종 이물질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먼지가 발생해 생활 불편이 크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더욱이 어망 건조장이 관광 이미지를 훼손해 여행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해역에 어망을 정치해 수산물을 포획하는 정치망 어업은 면허기간이 5년으로 해당 면적이 광범위해 어망의 분량이 일반 자망어업보다 훨씬 많다. 정치망 어업은 여름철에는 대략 15일, 겨울철에는 한 달 간격으로 그물을 교체한다. 포획하는 수산물이 파래, 다시마, 미역, 홍합, 따개비 등일 경우에는 3개월 동안 바다에 정치하는 경우도 있다. 바다에서 건져 낸 정치어망은 세척 후 건조장으로 이동해 건조, 보수된 후 재정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분, 먼지, 악취등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수백m에 달하는 정치망 그물을 재정비할 적합한 장소를 찾지 못하는 정치망 어선들은 화진포, 송지호, 봉수대 등 관내 주요 해수욕장 주차장이나 해안도로에서 그물을 건조해 왔고, 지역 주민들은 관광지 이미지 훼손과 환경오염을 지적하며 매년 반복되는 민원을 제기해 오고 있다.
지역주민들 국민권익위에 피해 호소
지난달 26일 백촌리 등 토성면 5개 마을 이장들은 ‘정치망 어망건조장 조속철거 및 불허 요망 청원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피청원인은 속초시에서 정치망 어업을 영위하는 S수산으로, 이 업체는 지난 4월 15일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 432-1번지, 목재소로 사용했던 ‘공장용지’ 9,342m²를 대표의 아들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청원서의 내용에 따르면 이 때부터 엄청난 분량의 정치망 그물이 부지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부지에 인접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이종수(70)씨는 “여름철 고압 호수로 세척을 해도 씻기지 않는 그물에 붙어 있는 수산동식물들 때문에 어망을 항구에서 포장을 덮어 부패시킨 후 바닷물에 세척한 다음 이곳으로 가지고 온다”며 “심한 악취로 잠을 이룰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백촌마을 사무장 김원범(52)씨는 “이러한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비가 오게 되면 그물의 염분이 주변농토로 유입돼 토양 산성화가 가속화되고 동시에 염수가 마을 하천으로 흘러들어 은어, 연어, 장어 등이 서식하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문암천 생태계 파괴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들은 “해당 소재지는 마을에서 약 500m, 인근초등학교와 약 400m로 매우 근접해 계절풍 발생시 악취, 분진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 “개발행위 시 원상복구 행정명령”
1차적 피해가 심각한 백촌리 최창배 이장은 고성군에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 9월 2일 안재필 민원실장은 담당자와 함께 현지에 나와 어망건조장 현장을 확인한 후 근접한 이종수씨의 집에서 간담회 형식의 자리를 마련해 S수산측에 주민동의를 얻을 것과 시설 보완을 요청했다. 이러한 협의가 수차례 반복되었지만, 요청 사항은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12일 고성군은 S수산에 ‘시설 개발행위 불허’를 통보했다.
홍영준 고성군 허가민원담당은 “정치망 어업은 수산업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동법률 제8조에 따른 정치망 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정치어망의 건조에 관한 규정이나 조례 등은 없다”고 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법에 의거 ‘정치어망 건조장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대상 사업규모 미만’이라며 환경법에서도 정치어망 건조장을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성군이 해당 업체에 지난달 12일 ‘시설 개발행위 불허’를 통보했으므로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가 발견될 경우 ‘원상복구 행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상하수도 관리사업소장은 “문암천 하류에 예비용 죽왕정수장이 설치되어 있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현행 수도법에는 오폐수를 발생시키는 공장 등에 관한 규제 법률은 제정되어 있을 뿐 정치어망 건조장에 대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며 “어망 건조장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시급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관내의 해안도로나 주요 해수욕장 주차장 등에서 건조하고 있는 그물들로 인해 그곳을 지날 때마다 악취가 심하고 관광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지자체, 주민, 어업인들이 소통의 장을 마련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망 건조장 관련 법률 제정 필요
고성군은 2011년 민통선 내 현내면 화곡리 산20번지 일대에 정치망 어업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정치망어구 건조장을 설립해 현재는 관내 어업자가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2012년에는 죽왕면에 전해수 처리시스템 설치와 세척이 끝난 정치어망을 보수·보망할 수 있는 시설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어 실현되지 못했다.
현재 고성군의 정치망 어업 허가건수는 정치망 25건(10ha 이상)과 정치성 구획 19건(3ha 미만)으로 총 44건에 달해 타지역에 비해 매우 많다.
군 해양수산과 김현선 담당은 “지자체에서 ‘정치성 어망 건조장 조성 비용’은 지원하고 있지만 부지매입은 어업인들이 해야 한다”며 “정치성 어망 건조장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한 만큼 강원도 관련부서와 협의해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S수산 대표는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못했다. 대표의 아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S수산이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에서 건조하고 있는 정치망 그물.
S수산이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에서 중장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