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고성문화재단이 주최한 ‘고성씨(sea)와 떠나는 가을 음악 여행’의 두 번째 공연 ‘봉수대 재즈 여행’이 한국의 보라카이 봉수대해변에서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열렸다. 샹송가수 이지수(사진)는 이날, 금빛 모래위에 마련된 무대에서 감미롭고 강렬한 샹송 ‘쎄씨봉’(C’est si bon), ‘빠담빠담’(Padam padam), ‘후회하지 않아’(Non,je ne regrette rien)를 열창하여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무대를 달구었다.
이지수씨가 샹송을 부르기 시작한 것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면서부터였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파리를 여행했는데 그 추억이 그녀를 불어불문학으로 이끌었다. 20대에 처음 접한 샹송은 신세계였다. 멜랑꼴리하면서도 경쾌한 리듬에 맞춰 들려오는 가사는 그에게 프랑스인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인생드라마의 대본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된 샹송에 대한 열정은 어느새 그의 삶이 되었다. 이후 프랑스 관광청, 쁘띠프랑스 등 국내 프랑스 관련 행사와 무대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으며 마침내 샹송을 부르는 한국 가수가 되었고, 올해로 12년차에 이르렀다.
‘샹송’은 프랑스 대중 사이에서 널리 불리는 가요다. 영미권 음악을 ‘팝송’, ‘브릿팝’ 등으로 부르듯이 프랑스어로 불리는 가요와 가곡을 통틀어 지칭하는 것이 바로 샹송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땅, 세르주 갱스부르, 프랑수아즈 아르디 등이 모두 프랑스 가수다.
이지수는 지난 7월 경기도 시흥에서 고성 천진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쉼 없이 달려온 남편에게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로 생긴 혈관 질병과 공황 장애로 남편은 망설임 없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 다음 그의 가족은 건강한 삶의 터전으로 고성군을 선택했다.
“마음 치유가 필요할 때마다 고성으로 왔어요. 작고 아름다운 해변들이 저마다 손짓하며 저희 가족을 부르는 것 같았죠. 지난 7월부터 이곳은 우리의 제2의 고향이 되었어요.”
봉수대 해변의 공연은 이곳에 정착한 이지수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였다. 고성문화재단의 ‘예술인·예술단체 DB구축 사업’을 통해 관내 예술인으로 등록했고, 마침내 그는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샹송 가수의 연말 스케줄은 공연들로 가득차 있다. 오는 17일 ‘청춘마이크 강원권역’ 청년 예술가로 원주에서 공연을 갖고, 다음달 10일에는 울산재즈페스티벌, 내달 중순에는 부산에서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거진 소재 보나테라에서 여는 샹송 페스티벌과 관련해 업체 관계자와 협의 중이다. 자세한 공연 일정과 정보는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샹송제이’를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이지수는 “달콤한 샹송의 웅숭깊은 매력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앞으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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