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동양문화권에서는 해가 바뀌면 음양오행 원리와 주역의 요소에 근거하여 십간십이지로 해석한다. 그래서 올해가 병신년이다.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하며 행운을 가져온다고 기복의 의미를 부여하며 새해인사말로 자주 사용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원숭이를 가장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듣기 좋게 해석한다.
기업들은 붉은 원숭이를 곧바로 마케팅 상술로 활용한다. 푸드에서 패션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에서 외국유명 브랜드까지 내수는 물론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을 겨냥한 많은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원숭이의 좋은 면을 부각시켜 사람들의 바람과 희망을 반영한 감성 마케팅이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을 붉은 원숭이에게 투영시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숭이를 사로잡는 방법을 알면, 지혜로운 동물로 여긴 원숭이에 대해 이만저만 실망이 크지 않다. 유튜브(YouTube)에서 원숭이 잡는 법(How to catch a monkey)을 입력하면 원주민이 원숭이를 사로잡는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원주민이 나무꼬챙이로 개미집 견고한 흙더미에 작은 구멍을 뚫고 먹이를 넣어두면 원숭이가 다가가 먹이를 잔뜩 움켜쥐고는 주먹손을 빼려고 몸부림을 친다. 원주민이 다가가 목줄을 묶어 사로잡을 때까지 원숭이는 결코 움켜쥔 먹이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지혜로운 동물은커녕 우매하고 탐욕스런 동물일 뿐이다. 죽어도 놓지 못하는 욕심, 그것이 과연 원숭이만의 모습일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사회를 생각해 본다.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외투를 뒤집어 쓴 목 없는 사람들이 바로 욕심쟁이 인간 원숭이가 아닌가. 그들 손에 채워진 수갑의 오랏줄이 원숭이의 목줄이 아닌가.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을 낳는 것이다.
새해가 되었건만 답답한 우리사회의 현안들은 여전하다. 선거구 미획정, 노사정 합의파기, 보육대란, 불법폭력시위, 모그룹경영권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모두가 불안해하며 나라를 걱정해도 그들의 욕심은 그들의 눈을 가려 외눈박이로 만들었고, 그들의 귀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되게 하였다. 이해와 타협, 존중과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여기 소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국북동부 뉴잉글랜드에 ‘마켓 바스켓’이라는 식료품체인점이 있다. 그 슈퍼마켓의 CEO 데몰라스(Arthur T. Demoulas)가 가족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2014년 물러났다가 지난해 2만5,000명의 직원과 시민의 지지로 경영권을 회복했다. “A human being waiting on a human being.” 즉, “사람은 사람이 대해야 한다”가 데몰라스의 경영철학이다. 인터넷쇼핑몰도 개설하지 않고, 자동계산대인 셀프체크아웃레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직원을 고용해서 직접고객을 정성껏 상대하도록 했다.
직원을 위한 분배 프로그램인 복지혜택도 다른 동종업체보다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성장을 위해 노력했고,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17%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마켓 바스켓의 이야기를 엮은 미국 드레셀대학 경영학과 다니엘 코스천 교수가 쓴 <We are Market Basket>가 경영인의 필독서가 되었다.
결국 직원을 위하고 고객을 생각한 것이 자신에게 축복으로 다가온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윤택하게 한 것이 결국 자신을 윤택하게 하였고 축복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역설적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붉은 원숭이는 결코 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다만 먹이를 움켜쥔 욕심의 손을 펴야 사는 길이 열린다. 데몰라스와 같이 국민과 시민과 직원과 이웃을 소중한 고객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 /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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