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하도 안 잡혀 언제 조업을 끝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에 양미리가 많이 잡혀 기분이 좋네요. 올해 바다가 우리 어민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조업에 나서고 있어요.”
지난 20일 오후 동명항 양미리작업장. 신축년 한해가 불과 10여일 밖에 안 남았지만 양미리작업장은 어민들이 속초 연안에서 막 건져 올린 그물을 손질하느라 분주했다.
2~3일 전부터 속초 연안에서 많은 양미리가 잡히면서 동명항 작업장은 그물에 가득 걸린 양미리를 처리하느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제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신선도가 떨어져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속히 떼어내야 한다.
이날 양미리 조업 어선에 실린 그물에는 ‘연말 풍어’를 상징하듯 양미리가 촘촘히 걸려 있었다. 너무 많은 양미리가 잡히다 보니 어선에 실린 그물을 바로 옆 물양장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건장한 남성 7~8명이 달라붙고서야 간신히 그물을 물양장 작업장으로 옮길 수 있었다.
양미리가 풍어를 이루자 대부분의 어선들은 평상시 20명이던 작업 인력을 배로 늘려 40명(외국인근로자 포함) 가량을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어내는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박성재 양미리협회장은 “양미리가 안 잡혀 조업을 접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양미리가 잡히다 보니 지역 여성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른 지역의 외국인 인력까지 수소문해 작업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속초수협 위판장에는 위판순서를 기다리는 양미리를 담은 노란 광주리가 길게 늘어섰다.
수협 직원은 “2~3일 전부터 양미리가 많이 잡히기 시작해 하루 500통(통당 60kg) 정도가 위판되고 있다”며 “조업 끝 무렵인 연말에 이렇게 많은 양의 양미리가 잡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속초수협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50통 정도가 잡히던 양미리가 2~3일 전부터는 위판량이 550통으로 10배 정도 늘어났다. 통당 12만~13만원에 위판되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양미리 풍어 소식을 반겼다.
한 주부는 “얼마 전만 해도 시장에서 양미리 1두름(20마리) 가격이 1만원이나 해 너무 비싸 사지 못했다”며 “이제 많이 잡혀 가격이 내려간 만큼 양미리를 사서 가족들과 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박성재 양미리협회장은 “3개월 동안의 양미리 조업은 우리 어민들에게는 1년 농사와 같다. 고기가 안 잡히면 생활이 힘든데 그나마 지금 고기가 잡혀 바다에 감사할 뿐”이라고 기뻐했다.
속초수협 관계자는 “양미리 조업은 보통 이달 말이면 끝나는데 연말을 앞두고 많이 잡혀 내년 1월 중순쯤 돼야 조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월 초순 어획량을 보면 조업 종료 시기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속초지역에는 지난 10월 15일부터 6척의 어선이 양미리 조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속초지역 올해 양미리 어획량은 430톤(12월 23일 기준)으로 지난해 461톤보다 30여톤 적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최근 속초연안에 양미리가 풍어를 이루면서 동명항 양미리작업장이 양미리 분리작업으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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