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에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맞이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캠핑카를 직접 만들어 아내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여행하고 싶은 꿈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소소하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정원에서 꽃을 가꾸고 열대 과일 재배를 도와주는 일상을 보내다 지난 2019년, 지인의 소개로 ‘국가지질공원해설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이 일이 저에게 또 다른 삶을 가져다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지요.”
고성군 국가지질공원탐방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형익 국가지질공원해설사는 현재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
김 해설사는 지난해 12월 14일 철원군에서 개최된 제5회 강원지역 국가지질공원해설사 경연대회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강원도와 강원평화지역국가지질공원이 주최하고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후원했다. 김 해설사의 발표 내용은 ‘풍화와 침식으로 만들어진 전통신앙의 터 서낭바위’였다. 죽왕면 오호리 산 24-1에 소재한 서낭바위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지난 2014년 정부로부터 국가지질공원 명소로 인증받아 민간에 개방됐다. ‘국가지질공원 명소’는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장소를 국가가 인증한 공원을 말한다. 이곳은 작년 10월 28일 KBS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소개됐는데, 당시 김 해설사가 출연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낭바위는 오호리 해안에 위치한 바위로 마그마 활동으로 형성됐다. 최초 마그마 활동으로 형성된 화강암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틈이 생겼는데, 이 사이로 규장질 마그마가 파고 들어가 그대로 굳어졌다. 이후 지표면의 융기와 단층작용, 풍화작용, 해수작용 등 복합적인 자연 작용으로 지금과 같은 매우 독특한 모양의 지형 경관이 형성됐다. 기존 화강암과 새롭게 형성된 규장암은 서로 다른 색과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서낭바위 일대는 두 암석층의 차이로 만들어진 경이롭고 특별한 경관을 볼 수 있다. 대표적 지형경관으로 토어(tor), 타포니(tafoni), 그루브(groove), 나마(gnamma) 등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서낭바위 일대에서 볼 수 있다.
‘숨은바위 찾기’ 이벤트 진행 중
서낭바위는 오호리 마을의 서낭당(성황당)이 있던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화강암 사이로 두껍게 형성된 흡사 용의 비늘 모양을 한 규장질 암맥에 용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바위 밑에 제단을 만들어 제를 지내고 있다.
“서낭바위 앞에는 부채바위라고 하는 탑 형태의 바위가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둘리바위’, ‘스누피바위’, ‘거북바위’, ‘여인바위’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종지머리를 한 여인의 형체를 상상할 때면 마치 먼바다에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연인을 잃은 아픈 사연을 간직한 여인의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지요. 이 바위 뒤에 서낭당이 있습니다. 과거 나무로 지어졌던 건물은 잦은 폭풍 피해로 현재는 콘크리트로 지어 놓았습니다. 이 사당 뒤에는 여심바위가 있는데, 그 기운이 너무 강해 건물로 가렸다고도 합니다.”
김 해설사는 서낭바위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계속 풀어냈다.
“서낭바위 주변에는 복어바위, 바다울산바위, 오형제바위, 자석바위, 돌고래바위, 와불바위 등 다양한 모습의 바위와 스토리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숨은바위 찾기’ 이벤트처럼 독특하고 새로운 이름들이 계속 지어지고 있기도 하지요. 관광객 여러분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그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김 해설사는 “이야기를 다 마친 후 관광객들이 헤어지면서 종종 저에게 엄지와 인지로 왕하트를 그려 보이면서 기뻐하고 고마움을 표시할 때, 이 일을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일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고성을 더 잘 알려주고 우리 고장 관광산업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일출과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한 오호리 서낭바위 국가지질공원 명소를 방문해 주시면, 제가 한곳 한곳 재미난 스토리로 즐거움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김형익 국가지질공원해설사
특별한 경관을 선사하는 전통신앙의 터 서낭바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부채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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