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동명동성당 앞 초고층 건축물 건립에 반대하는 성당 신도들의 반발이 임인년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동명동성당 신도들의 반발은 4년여 전인 지난 2017년 상반기 민간개발업자들의 고층 건축물 건립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해 같은 해 하반기 속초시가 “사업부지에 편입된 시유지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잠잠해졌다. 당시 시는 동명동성당을 방문해 “민간개발업체에서 사업부지에 편입된 동명동주민센터 등 시유지 매각에 대한 요청이 와도 응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상반기에는 동명동성당을 비롯해 교동성당, 청호동성당, 설악동성당 등 4개 성당의 신부와 수녀, 신도들이 “속초의 역사적 가치이자 문화적 가치(동명동성당)는 지켜져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고층 건축물 건립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민간개발업체가 동명동성당을 방문해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성당 부지에 대한 경계측량까지 실시하자 신도들이 또다시 동요하고 있다. 성당 측은 시가 4년 전 신도들에게 한 “시유지 매각 불허” 약속이 그대로 지켜지기를 바라고 있다.
동명동성당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경 성당 앞 사업부지에서 초고층 건축물 건립을 추진하는 민간개발업자가 성당을 방문해 사업계획을 알린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성당 부지에서 경계측량을 실시했다.
성당 측은 “당시 민간개발업자가 지하 3층, 지상 49층 규모의 초고층 건축물을 건립하겠다며 양해를 구한 데 이어 성당 주위에 부착된 현수막의 철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오후 찾은 동명동성당에는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성당 울타리에 내걸려 있었다.
성당 입구에는 ‘초고층 아파트 절대 반대!! 돌이킬 수 없는 속초의 불행!!’, ‘성당 바로 앞에 초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에 속초의 앞날을 걱정하며 슬퍼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다. 성당 입구 게시판에도 ‘현재 성당 주위에는 무분별하게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성당 신도들과 속초시민들의 강한 반대로 건축이 늦춰지고 있지만 언제 시작될지 모릅니다. 전쟁 중에 건축된 국내 유일의 성당, 전쟁으로 고통받고 고향을 잃었던 이들의 피난처가 되었던 성당, 이 모습 그대로 이곳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이 게재돼 있었다.
동명동성당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속초시 동명동 333-3번지 현재의 부지(대지면적 132㎡, 건축면적 83.5㎡)에 성당과 사제관 신축공사를 시작해 다음 해인 1953년 8월 15일 완공됐다. 성당은 특히 6·25전쟁 때 유일하게 수복지구인 속초에 지어진 석조건물로 원형과 본래의 조성 취지에 맞게 잘 보존된 근대문화재로 평가받고 있어, 현재 속초시가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 중이다.
김경식 동명동성당 고층 건축물 반대 추진위원장은 “속초시의 자랑스러운 문화재인 성당 앞에 초고층 건축물이 건립돼서는 안 된다”며 “시는 4년 전 이병선 전 시장이 신도들에게 한 ‘시유지 매각 불허’ 약속을 그대로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초고층 건축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마을(동명동 4통) 주위에서는 민간개발업자가 사업부지 내 토지에 대한 보상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 중이고, 오는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성당 신도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속초시는 “민간개발업자로부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제출되지 않아 현재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고명진 기자
속초 동명동성당 입구에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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