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흘리 진부령미술관에서 다나 박 화가의 19번째 개인 전시회가 지난 4일 개막해 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된다.
눈 덮인 설악산의 매혹적인 설경, 무상도의 협곡, 뾰족이 치솟은 봉우리 떼,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송 덤불 등은 화가의 심도 깊은 관찰과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현실과 추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는 솟아오른 바위와 높은 고도에 쌓인 눈을 표현하는 약간의 기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이 그로 하여금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주며 한국의 전통적 주제들을 현대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한다. 현시대에 작가로서 가져야 할 능력은 인상적인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인데 화가는 그의 가치를 반영하는 이러한 능력으로 작품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뉴욕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 조나단 굿맨 (Jonathan Goodman)은 그의 작품을 호평했다. 평론가는 특히, 다나 박의 유화 작품들에 대해 “반복적이고 겹치는 붓 터치로 시각적인 복합 이미지를 캔버스에 펼치는데, 이는 실로 우리의 눈을 아찔하게 한다”며 “고도에서 바라 본 높은 산과 바위들 사이의 대조와 강렬한 원색들의 붓 터치는 사람들에게 신화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고 평했다.
다나 박 화가는 작가노트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눈 덮인 봉우리를 타고 내 마음이 요동친다. 햇볕과 바람이 어쩌지 못하는 설산(雪山)의 외침. 그 황량한 설산을 달구는 태양, 거친 바람의 자국이 남긴 선(線)을 따라 누군가 담대히 걸어간다. 사나운 회오리 눈발이 시린 아픔처럼 덕지덕지 외투에 붙어 같이 가자 하는데… 아아, 이것이 내가 찾는 진리의 길인가”라고 썼다.
박 화가는 홍익대 조소과,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05년 서울 관훈갤러리를 비롯해 일본, 상해 등에서 18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2007년 평론가협회 주관, 현대 작가 55인에 선정된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아랍에미리에트 대사관, 상해문화원, 국방홍보원 등에 소장돼 있다.
한편, 진부령미술관에서는 한국 근대미술사의 거장 ‘이중섭특별전’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황소’, ‘흰 소’, 은박지 그림 및 젊은 시절 연인에게 보낸 사랑의 그림엽서 등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천재 화가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전석진 진부령미술관장에게 ‘예술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것을 보고 느끼는 관객들의 몫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방문해 다나 박과 이중섭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즐긴 후 진정한 예술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다나 박 화가
관(觀)-산을 보다, 194×130㎝ Acrylic on canvas, 2019(다나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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