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는 주상절리 밑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모 방송국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괴상한 소리가 바위 밑에서 들린다고 방송을 한 적이 있지요. 화강암이 기반암으로 덮여 있고 그 위에 현무암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나는 것이지요.”
국가지질공원 고성군탐방센터 이요균 해설사의 운봉산에 대한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암괴류는 상류 쪽은 크고 보전상태가 좋으나 하류는 굴러 내려오는 동안 부딪치고 마모가 심해 크기가 작아요. 중간 지대에는 유일한 식물인 생강나무(동백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이곳을 제외하면, 너덜 바위 지대는 돌덩어리로 엉켜있기 때문에 그 깊이를 알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작은 물품들이 떨어지면 찾을 수 없으니 유의하세요.”
‘효자의 길’, ‘학자의 길’에 얽힌 전설
운봉산의 너덜 바위 지대를 구경하고 난 후 정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등산로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망개나무, 산초나무 등도 드문드문 보였다. 계절에 따라 고사리, 취나물, 산부추(산마늘), 용담초, 쑥부쟁이, 구절초 등이 자생하고 있다. 산정상 부근 군부대 참호를 지나면 주상절리 윗부분에는 거북 등과 같은 주상절리의 노두 부분이 보도블록을 깔아놓는 듯 이어져 있다.
이 해설사는 “이 길을 ‘효자의 길’이라 부른다”며 그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했다. “아주 먼 옛날 학야리에는 병든 노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최 선달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선달은 노모를 정성껏 모시면서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공부하는 아주 부지런하고 착한 총각이었지요. 날이 갈수록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수발을 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낮잠을 자던 중 꿈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선달아, 운봉산은 영험한 산이니 100일 동안 길을 닦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면 병환이 나아질 것이다’고 말해 주었어요. 신령의 말이 생시와 같이 너무 생생해 100일 안에 길을 닦고 제사를 올렸더니, 어머니 병은 씻은 듯이 낳았어요.”
선달이 또 낮잠을 자던 중 산신령이 나타나 ‘이제는 어머니 병환도 완쾌되었으니 열심히 공부해 과거를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했고, 그 후로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급제하고 혼인해 5남매를 두고 어머니를 모시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최 선달이 닦아 놓은 흔적이라고 전해지는 이 길이 바로 주상절리의 노두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시험에 합격하고 취업도 잘된다고 하여 ‘학자의 길’이라고 전해오고 있지요.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인근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였어요.”
정상 오르면 동해와 산봉우리 풍광 펼쳐져
운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북쪽으로는 거진항, 남으로는 속초 장사항까지, 드넓은 동해와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탁 트인 풍광에 매료된다. 서쪽으로는 병풍처럼 펼쳐진 높고 낮은 고성의 산봉우리들이 구름을 떠받치고 서남쪽의 울산바위까지, 한 폭의 아름답고 고상한 동양화를 선보인다. 이곳에는 군(軍) 작전 시 이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이 있다. 또한, 마을에서 철판으로 만든 태극기 게양대가 있다. 처음에는 나무 깃봉에 천 태극기를 달았으나, 바람에 찢어져 자주 교체하기가 쉽지 않아, 영구 철판으로 태극기를 만들어 놓아 애국 마을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정상에서 다시 출발지였던 22사단 정문 앞으로 내려왔다. 기암괴석들을 보기 위해 고성군 토성면 운봉리 운봉산숲길 입구(떡바우골길 82)로 이동했다.
20분 가량 올라가니 화강암 체로 형성된 사자바위, 얼굴바위, 어머니바위, 소를 끌고 가는 농부바위, 남근바위 등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다음 탐방은 국가지질공원 고성군 토성면 문암1리 능파대를 살펴보기로 하고 운봉산 탐방을 마쳤다.
국가지질공원해설사와 함께 운봉산 탐사를 하기 위해서는 고성군청 환경보호과에 문의하거나 고성군국가지질센터 사무국장(010-8761-9516)에게 연락해 예약을 하면된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이요균 해설사가 주상절리 너덜바위지대 유일 식물인 생강나무(동백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운봉산 얼굴바위.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