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가 뜨겁다!
7만 5천톤 급의 크르즈 선이 기항을 하고, 30년 숙원인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국가재정지원 사업으로 확정되어 도시 전체가 축하 현수막으로 도배가 되었다. 정주인구 30만을 바라는 희망사항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속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고 기쁘면서도, 또한 걱정되는 바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새로운 개발 사업에 따르는 가장 큰 부작용의 하나인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이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스터 고’가 영북지역에 실행되는 바람에 엑스포장에도 속초해수욕장에도 온통 ‘스마트폰 좀비’들로 붐비고 있다. 언론과 SNS에서 그토록 요란하게 떠들어대니 우리 어른들보다 정보에 훨씬 빠른 아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태파악을 위해서 담당 장학사를 불러 두 곳을 답사하고 결과를 보고한 후, 학생 안전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도록 당부를 했다. 그날 저녁 7시, 속초경찰서와 우리 교육청 합동으로 엑스포 광장을 중심으로 게임 참여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캠페인을 벌였다. 새로 오신 경찰서장님과 같이 어깨띠를 두르고 1시간여에 걸쳐 엑스포 공원을 한 바퀴 돌며 게임 참가자들에게 게임 시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그렇게 엑스포장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이 게임으로 인해 서울에서 속초로 오는 정기 버스노선이 두 배로 증차 되었다더라. 하루 4만 원짜리 관광 상품이 개발되었는데 불티나게 팔린다더라. 게이머들로 숙박업과 식당이 대박 날거다. 아니다. 게임만 하느라고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컵라면만 사먹는다더라. 수없이 오고가는 ‘카더라’ 통신을 들으며 나는 속초와 우리나라의 미래가 늘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싶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K- Pop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K-Drama에서, K-Food로까지 전이되어 가히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예술과 먹거리가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한류가 얼마나 오래 갈지에 대한 고민을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해야 할 때이다. 한류! 말 그대로 한 때의 흐름이고 바람이다. 이 흐름을 지속하려면, 끊임없이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문화의 저수지가 필요하다. 또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그 불 속에 넣을 땔감이 충분히 준비되어야 한다. 흐름은 언제든 끊길 수 있고, 바람은 언제든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우려한 일의 조짐을 어제 저녁 뉴스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매스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인의 치맥 파티가 전국으로 확산되던 중, 중국 칭다오시가 27일로 예정되었던 대구 치맥 파티의 불참을 통보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렇다. 흐름과 바람은 늘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갑자기 멈출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속초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정주 인구 30만의 속초시! 참으로 꿈같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 속초시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그 꿈이 꿈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이 되게 하려면 ‘우리 속초시민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관광과 기반 산업의 확충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아이를 기르기 좋은 교육도시! 속초를 만드는 것이 그 답이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속초지역의 모든 어린이집을 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고, 마을 어디서나 작은 도서관을 갈 수 있고, 비어 있는 동우대 캠퍼스를 특성화 학교로 만들고, 관내 초중고의 교육프로그램이 학교만의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 어디나 학교가 되고, 속초시민 모두가 마을선생님이 되어 아이 기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속초 맞춤형 마을교육공체가 되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관광과 산업기반은 우리의 돈주머니를 부풀릴 수는 있지만, 속초에 삶의 터전을 잡는 시민의 수를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