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양양 현산학교 설립이 우리 지역의 신학문 학교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간성군의 신학문 열기는 양양군에 못지않았다. 이미 1907년 5월 양양 현산학교는 간성의 광명학교(廣明學校)와 함께 연합 운동회를 개최했다고 당시 신문보도로 확인되는데, 당시 학생수가 20명 수준인 광명학교의 존재에 대한 보도를 찾을 수 없다. 양양군에는 현산학교의 존재밖에는 확인되지 않는데 비해 인근 간성군은 1907년 건봉사가 설립한 봉명학교 이외에도 많은 사립학교가 설립된 것이 확인되었다. 간성군수 등이 세운 수성학교를 비롯해 토성면에 자리잡은 명동학교, 노동자들이 세운 노동야학교, 거진리에 들어선 사립 영광의숙, 왕곡면에 들어선 공명의숙, 토성면의 창신의숙. 이 정도라면 당시 간성군에는 요즘말로 학교 설립 붐이 일었다고 할 수 있다.
수성학교 학생수 6백여명 이르러
가장 먼저 신문에 이름이 나온 신학문 학교는 명동학교이다. 1909년 1월 10일자 대한매일신보는 간성군 토성면 아호(鵝湖)에 있는 명동학교는 마을의 최상기(崔常基)씨가 돈 백환을 보조하여 교사를 수리하고 가난한 학생들의 의식을 담당하여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달인 2월 26일에는 아호의 신사 최상기, 김홍규, 주우남, 윤량오 등이 명동학교를 설립했는데 학생이 50여명, 노동학생이 40여명, 측량학생이 30여명이고, 교장 최상기씨가 학교 경비를 부담한다고 보도했다. 대한매일신보 1910년 3월 6일자에 따르면 기독교회에서 운영하는 명동학교에서 진급시험을 쳐 우등생이 12인이고, 교장과 학감이 상품을 많이 주었다고 보도했다. 1910년 2월 27일자 황성신문에도 토성면 아호기독교회 내 동명학교에서 진급시험을 친 내용이 보도되었고, 그해 7월 21일자에는 명동의숙(明東義塾, 명동학교의 다른 이름)은 창립된 지 2년에 학생이 50여명이 이르렀고, 교사 김교한 씨가 월급을 깎아가며 열성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27년 9월 5일자 동아일보에 같은 토성면에 있는 동명의숙이 소개되었다. 동명의숙은 이 명동학교를 잘못 표기한 것은 아닌가 싶다. 신문에서는 동명의숙은 토성면 아야진리에 있으며, 동네 유지 여러 사람이 기부금을 내 기본금을 만들고 예수교회로부터 월 20만원의 보조를 얻어 근근이 유지하면서도 신고만고의 고초를 맛보며 21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녔다고 소개했다. 학생 수는 남녀 모두 30명이며, 여교사 2명이 근무한다고 했다. 1927년으로부터 21년 전이라면 1906년으로 기사대로라면 동명의숙은 양양의 현산학교와 같은 해에 설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고성 지역에는 수성학교가 있었다. 1909년 8월 13일자 황성신문은 간성군수 이면익과 군주사 함유도, 지방위원 황병성 등이 나서서 군(郡)의 객사에 수성학교(水城學校)를 설립한 지 반 년 만에 7곳에 학교가 설치되고 학생수도 6백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1901년 4월 7일자로 대한매일신보와 황성신문이 동시에 수성학교 소식을 보도했다. 간성군 사람들이 자본을 모아 사립 수성학교를 설립하고 학생을 모집해 가르쳐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간성군 주재 일본수비대에서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자 학생들을 해산할 지경에 이르러 학교 임원들이 현재 헌병사령부와 교섭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1910년 6월 19일자 황성신문에는 ‘송주사의 열심’이라는 제목으로 간성군 군내면에 있는 사립 수성학교 소식이 게시되었다. 군 주사 송도상(송풍근?)씨는 부임 이후 매일 군청에서 퇴근해 두시간씩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쳐 학생들이 이에 감복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송주사는 함건조 학생이 돈이 없어 공업전습소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는 5환을 내주어 시험을 치게 했으며, 그의 부인 최경자씨도 5환을 학교에 내놓아 지역유지들이 모두 칭송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 간성군에는 노동야학도 개설되었다. 1909년 8월 14일자 황성신문에는 간성군 노동자 등이 회동하여 노동야학교를 설립하고 노동 자제(子弟)를 모집해 가르치는데, 지역에 거주하는 남현필씨가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보도했다.
당시 간성군 거진리에도 영광(永光)학교가 설립되어 운영되었다. 1909년 12월 29일자 황성신문과 1910년 1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간성군 거진리(巨津里)에 있는 지역유지 임중현, 김정현, 한원일 등이 사립 영광의숙(영광학교)를 설립하여 남학생이 50여명, 여학생이 21명에 이르렀고 지역유지들이 기부한 돈이 3천여환이 되었다.
1912년 간성공립보통학교 설립
1910년 3월 12일자 대한매일신보는 ‘간성군 기쁜 소문’이라는 제목으로 간성군 왕곡면 공명의숙(公明義塾)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기사로 보도했다. 공명의숙은 숙장 김진호 등을 비롯해 교직원들이 열심히 가르쳐 학생이 40여명, 노동야학생이 50여명에 이르고, 여학생을 모집해 교사 부인이 자원하여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근의 학교와 함께 연합운동회를 개최했으며, 지역내 여러 유지들이 찬조하여 학교 유지에 필요한 지원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전했다. 1910년 7월 5일자 황성신문에서는 공명의숙 운영을 위해 왕곡리의 최씨 종중(宗中)과 금성리의 함씨 종중에서 논 1마지기를 기부하였다고 보도했다.
토성면에도 창신의숙(創新義塾)이 들어섰다. 1910년 9월 3일자 황성신문에는 간성군 토성면 창신의숙은 마을의 유지인 강한철, 이덕이, 한치룡 등이 열성으로 나서서 설립하여 이심원씨가 십리길에 비바람을 마다않고 학교업무를 처리하며 군주사 송의근씨와 각 면에 있는 학교 설립자들이 간성군에 심상고등과(尋常高等科)를 우선 설치하고, 장래에는 중학교를 설립하기로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1912년 3월 8일 간성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되기에 이르기 전까지 간성군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이러한 학구열은 1920년대에도 계속 이어졌다. 토성면 천진공립보통학교는 1923년 토성면 지역유지들이 기성회를 만들어 천진 송림 속에 일우학사를 건립하고 공립인가를 받고자 노력했으나 여의치 못해 강습소를 설치해 운영하다가 1926년 3월에 인가를 얻어 개교하게 되었다.
구한말 우리 지역에 들불처럼 번졌던 신학문의 열기. 지역주민들이 열정을 갖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야기는 1백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기억해야할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닌가 싶다. 엄경선 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대한매일신보 1910년 3월 12일자 1면에 실린 강원도 간성군 왕곡면 공명의숙 보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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