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는 ‘예(禮)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스포츠다. 죽도로 상대를 타격해야 하는 거친 운동이지만 상대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하는 무도이기도 하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예가 없다면 무도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본인을 돌아보며 순간에 몰입하고 정신적 수양까지 필요로 한다. 이런 검도를 통해 심신 단련에 힘을 쏟고 있는 검도 동호인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5일 속초시근로자종합복지관 4층에 있는 ‘동방검도관(이후 검도관)’을 찾았다.
오후 5시, 직장인들이 모이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검도관 안은 조용했고,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땀 냄새가 나지 않았고 운동기구와 호구, 도복은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사무실 안쪽 한쪽 벽에는 각종 트로피로 가득 차 있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다부지게 보이는 이성근(68) 관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밝게 웃는 부드러운 외모와 다르게 눈빛에 힘이 있고 줄곧 바른 자세를 유지했다. 속초에는 검도 동호인이 적어 별도 체육관을 빌려 운동을 하지 않는다. 속초에는 현재 2곳의 검도관이 운영 중이고 동호인들은 대부분 검도관에서 수련한다. 방과 후부터 저녁 시간에는 주로 학생들이 많고, 밤 8시부터 10시까지는 성인들이 많이 운동한다.
이 관장은 전북 전주가 고향이고 선수 출신 검도인이다. 중학교 때 검도를 시작해 운동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후 학업으로 진로를 바꿔 공부를 했다. ROTC(학군사관)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으며 국내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도 오래 했다. 이 관장은 IMF시절 회사를 명퇴하고 보험법인대리점 사업을 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은퇴를 결심하고 살기 좋은 속초로 이주했지만, 검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알고 있었던 부인이 “농사보다 검도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적극 추천해 지금까지 검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폐업 위기의 검도관을 넘겨받아 2014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선수 출신이면서도 은퇴할 나이까지 검도를 잊고 살다가 다시 검도를 시작해 하루하루가 신나고 즐거웠다는 이 관장의 ‘검도 예찬론’에 함께 빠져 이야기하고 있을 때 동호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운동을 시작했다.
“머리! 손목! 허리!” 타격 연습과 자세 교정 등 기초 훈련에 땀을 쏟고 있는 회원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관장은 “검도는 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신집중이 요구되는 운동”이라며 집중력 향상을 검도의 최고 장점으로 꼽았다. 또 “검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신체적 훈련과 함께 호흡법, 명상법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 시절 일본 선수들과의 인연으로 일본 후쿠오카 검도회의 초청을 받아 방문하는 등 일반인 및 동호인들과 함께 교류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80~90세에도 검도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검도는 나이 들어서도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대부분의 스포츠는 한 손으로 하지만 검도는 전신운동으로 몸의 균형을 잡는데 좋은 운동입니다.”
이창현(48, 공무원) 씨는 “검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파워와 스피드도 오히려 늘어난다. 1시간만 투자해도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릴 수 있으니 너무 좋다.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고, 자신의 통제를 배우기 때문에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검도에 입문한 신입회원들은 6~7개월 기본기를 닦아야 호구를 착용할 수 있다. 검도의 단수는 초단에서 8단까지 있으며, 평균 1일 1시간 가량을 1년 반 정도 수련하면 초단에 입단할 수 있다. 보통 성인 남성은 510g, 여성은 480g 무게의 죽도를 사용한다.
일반 동호인들은 매주 1회 정기적으로 모여 운동을 하고 있으며, 평상시는 개인 시간에 맞춰 검도관에서 운동을 한다. 회비는 별도 없으며 관비만 내면 된다.
<문의 033-637-1704>
성낙규인턴기자_kn2232@naver.com
동방검도 동호회 회원들이 운동 후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뒷줄 가운데가 이성근 관장.
동방검도 동호회 회원들이 수련 후 묵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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