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센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의무론자들이 중요시하는 개념은 ‘옳음’이며, 결과주의자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좋음’”이라고 했다. “옮음의 근거는 이성이며, 이성에 근거를 둔 원칙이 옮음을 규정하는 기준이 되고, 좋음을 규정하는 것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가치관 혹은 관습”이라고 했다. “정의로운 사회에서 평등한 시민적 자유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되며,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초적인 입장에서 합의된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주장한다. 따라서 공정사회는 불합리와 불공정을 극복함으로써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기회가 균등히 보장됨으로써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소통과 화합을 통해 차별과 불신을 없애는 사회를 의미한다.
특히, 공정의 개념을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헌법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정성을 적용하는 기본적 기준은 바로 법과 원칙이며, 정부는 법과 원칙을 공정하고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치국가이다. 헌법을 정점으로 각종 법률, 조례, 규칙 등 법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로 법에 근간을 두고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정치, 행정 등 모든 통치 작용이 이루어진다. 국민 생활과 권력 행사의 합법성과 정당성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법은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내용과 집행에 있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의 근본과 기본 방향을 밝히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선언하고 있다. ‘불의 타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기회균등’ 및 ‘능력주의’를 기초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지향하는 것이 헌법이 말하는 공정의 키워드다. 나아가 헌법 제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여 공정정치 원칙을,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와 이어 2항에 사회적 특수계급 제도 불인정 등을 규정하여 공정사회 원칙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헌법 제119조에 1항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시장경제 원칙을 명시하면서, 2항에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며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중세 이전,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를 표현한 조각상들을 보면 한 손에는 법의 힘을 상징하는 검을 들고, 한 손에는 법의 엄격함을 상징하는 천칭을 들고 있다. 그 상징이 중세 이후에는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법의 공정함을 상징하는 눈가리개이다. 눈을 가리는 이유는 사람들을 보지 않기 위해서이다. 원고나 피고 혹은 증인 중의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 자신도 모르게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이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면 사회질서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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