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생한 낙산지구의 대형 땅 꺼짐 사고는 사전 징후가 수십 차례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 현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의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공사 현장 주변의 지반 침하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12월 25일부터 3월말까지 크고 작은 땅 꺼짐 현상이 확인된 것만 27차례나 달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모래 성분이 많은 지반에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흙이 같이 쓸려나간 것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고, 터파기 공사를 한 사고 현장은 당시 하루 20만 리터의 지하수가 흘러들고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처럼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이 인지됐음에도 국토부는 인허가권자인 양양군에 관리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양양군도 “대부분 공사의 관리감독은 건축법에 따라 감리가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일일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모든 공정을 확인할 수는 없다”며 부서별로 책임 한계만을 설명할 뿐이어서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해변 고층 건축물 공사 안전진단 시급
이번 사고와 관련, 지역주민들은 모래 위에 짓는 고층 건축물 공사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낙산지구에는 4곳에서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 공사가 추진되고 있고, 양양지역 전체적으로는 10곳에서 대형건축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낙산 상가 주민들은 “낙산지구가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신축 건물은 당연히 들어서야 하는 게 맞지만, 지반이 약한 곳에 고층 건축물을 짓는다면 보다 안전하고 튼튼하게 축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편의점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주민은 “앞으로 낙산지구에 더 많은 건축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사고가 발생한 지금 상태로는 어떤 건축물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어 차제에 항구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양군의회도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오세만 의장을 비롯해 의원들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향후 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오 의장은 “다시는 이처럼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집행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수시 점검을 통해 시공사의 안전불감증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낙산지구 대형 땅 꺼짐 사고와 관련해 건축설계 전문가들은 현재 낙산 해안의 해수면 높이가 건축물의 지하 1층 높이에 이르는 상황에서 주차장 확보 등을 이유로 지하층을 무리하게 깊게 파 들어가는 것은 위험성을 더 높이는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물의 속성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무엇보다 해안침식이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어느 곳에서부터 물이 흘러들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렵고, 가장 깊은 곳으로 모일 경우, 지반 침하에 이은 대형 땅 꺼짐 사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건축설계 전문가는 “주요 해변에 많은 건축공사들이 추진되거나 앞으로 진행될 것에 대비해 해안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안전진단 등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만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양양군과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국토안전관리원, 도로공사 등과 함께 앞으로 두 달 동안의 기간을 설정해 사고 경위와 원인 등을 조사한 후 항구 대책을 마련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대형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주변은 지하 6층에 지상 20층의 고층 건축물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양양군의회 의원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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