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고고장구와 디스코 삼매경에 빠진 ‘아라리 흥마당’(단장 정만자)을 만나기 위해 교동 속초남부새마을금고 본점 옆 동선빌딩 지하 연습장을 찾았다. 지하계단을 통해 내려가니 신발장과 철문 그리고 외부인 출입을 위해 초인벨이 보였다.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정 단장이 문을 열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은 다목적 거실이다. 대형 냉장고와 소파 그리고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다. 이어진 옆방에서는 흥겨운 트롯 음악이 흘러나왔다. 연습실은 2중 벽으로 방음시설이 되어있어 밖으로 음악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았다. 많은 장구와 대형스피커, 연주기, 믹서기, 무대의상과 대형거울 등이 보였다. 동호인들은 트롯 진성 가수의 ‘안동역에서’에 홀린 듯 흥겹게 연습에 몰입했다.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고 행복해요. 울적한 마음이 들 때도 장구를 두들기며 신나게 흔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돼요. 내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뀐다는 걸 느끼며 살아요.”
정 단장은 고고장구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서울이 고향인 정 단장은 1995년 결혼해 속초에 정착했다. 줄곧 사업을 하며 오로지 가족과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나이 50 즈음에 취미로 배드민턴을 배우게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는 것을 보고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새로운 뭔가를 찾고 있을 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 ‘고고장구’다. 매주 서울의 고고장구 분원을 다니며 열정적으로 배웠고, 2019년 4월에 5명을 모집해 아라리 흥마당을 결성하고, 그해 11월에 연습실 앞 대로변에서 발대식 공연을 가졌다. 지금은 50~60대 20여 명의 동호인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모이지 못하다가 올들어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5월부터 어버이날 행사, 속초시문화재단 문화로OK 지원사업 버스킹 공연, 보광사 공연 등 행복한 재능기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정 단장은 고고장구의 최고 장점으로 ‘유산소 운동’과 ‘성격변화’를 꼽는다. 신나게 장구와 율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근력운동이 되고 체지방 분해로 이어지는 등 ‘유산소 운동’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흥겨운 가락에 취해 몸을 흔들다 보면 ‘엔도르핀’이 생성돼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진다고도 했다. 특히 내성적인 성격이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하며 함께 어울려 장구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형적인 성격으로 변화된다고 한다.
정 단장은 앞으로 고고장구뿐만 아니라 숟가락 난타도 보급할 예정이다. 숟가락 2개면 훌륭한 난타 악기로 변신한다. 비용 부담이 없고 언제 어디서든 연습이 가능하다. 학업과 진로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재능 기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는 가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더군다나 엄청 몸치거든요. 초창기 찍어 놓은 영상을 보면 너무 웃겨요(쑥스러운 표정). 지금은 그냥 부담 없이 즐기고 있답니다. 정신건강에 굉장히 이로워요.”창단 멤버인 김은경(56) 씨의 말이다.
왜소한 체격에 다소 약해 보이는 홍성해(65) 씨는 식당을 운영한다. 통증으로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해 늘 우울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친구가 고고장구를 적극 권해 가입하게 됐다. 그는“아무 생각 없이 흥겹게 장구와 디스코를 치다 보니 허리가 저절로 단련돼 현재는 허리통증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지금은 식당 주방 안에서도 손님 없을 때 ‘쿵따쿵따랑’ 하고 박자를 쳐가며 즐겁게 율동하며 일을 한다고 했다.
고고장구는 일반적인 민요장구나 사물놀이장구의 리듬과는 달리 선조들이 흥에 겨워 젓가락을 두드리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4박자 장단을 현대에 맞게 계승한 장구를 말한다. 특히 트롯 가요에 맞춰 흥겹게 즐길 수 있고 운동량이 많아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아라리 흥마당은 매주 월·화·목·금요일에 연습을 한다. <가입 문의 : 정만자 단장(010-5883-0937)>
성낙규 인턴기자
아라리 흥마당 단원들이 장구 치고 율동을 하며 신나게 연습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정만자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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