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보도들을 잇달아 접하고 있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이다. 먼 나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전쟁이 아시아의 극동 쪽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시대에 비추어 결코 적지 않다. 에너지와 금융, 환율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식료품 원료의 수입가격 폭등 등 미시적인 관점에서도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보도들을 접하면서, 어릴 적 관심이 많았던 원자폭탄, 수소폭탄 등의 작동 원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아주 지극히 단순화 시켜 이해해 본다면 원자폭탄은 우라늄235나 플루토늄의 핵분열이 에너지의 기본이다. 우라늄이 핵분열을 하게 되면 그 때 발생된 에너지는 석유의 약 230만 배 가량이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은 우라늄235를 사용한 폭탄이었고,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폭탄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이었다. 반면에 수소폭탄은 수소의 핵이 달라붙는 것이 에너지의 기본이 된다. 수소에 핵이 붙으려면 고온 고압이 필요한데 자연 상태에서는 만들 수 없어 원자폭탄을 기폭제로 사용하며, 원자폭탄보다 제조가 어렵지만 그 위력은 원자폭탄의 800배 이상이 된다고 한다. 필자가 어릴 적 주목했었던 부분은 핵폭탄의 작동원리였다. 그 당시에는 분열되거나 파괴되는 에너지가 훨씬 클 텐데 어떻게 달라붙거나 융합되는 에너지가 더 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필자의 친한 고등학교 친구 중에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수석연구원으로서 지난 6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인공위성 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도 관여한 공학자인 친구가 있다. 그가 SNS에 가끔씩 올리는 그리 길지 않은 글들을 보면 인문학적 소양의 바탕 위에선 공학자로서의 식견이 돋보인다. 현학적이지 않고 식자연하지 않으며 사물의 본질을 관통하는 그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들이 몹시도 와 닿았었다.
인문학의 존재가치가 많이 부실해지고, 인문학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소위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을 전공하면 “뭘 해먹고 살래?”라는 비아냥거림이 난무하는 시대에도 그를 보면 오히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전공을 하였든 간에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최근에는 필자의 학창시절과 달리 고등학교에서도 문과, 이과의 구분이 없어졌다. 물론 선택과목에 따라 문과 이과를 구분 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통합 수능의 결과물 탓인지 예전 이과생들이 문과계통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대학의 학과 명칭들을 보더라도 예전엔 한 분야를 세분화 시켜 학과들을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유관 학문끼리, 연계되는 학문끼리의 학문적 융합이 하나의 큰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핵분열보다는 핵융합의 힘이 훨씬 크다는 자각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창 가을이다. 각 지역마다 펼쳐지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각종 행사와 축제 등도 한창이다. 우리 지역의 가을 대표 행사인 설악문화제도 다시금 시작되었다. 이번 설악문화제에도 각각의 행사마다 또 거리 축제의 각각의 부스마다 주관하는 이들이 기울인 노력의 흔적들이 돋보인다. 생각해보면 그 각각의 노력들이, 융합된 에너지 그 힘들이 결국 우리가 사는 이 고장을,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닐까?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